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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푸틴 만났던 현영철 숙청 … “러시아, 김정은 이상하게 볼 것”

중앙일보 2015.05.15 02:13 종합 3면 지면보기
지난달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안전 토론회서 연설하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사진 러시아 국방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북한의 대 러시아 창구로 일해왔다. 그래서 장성택 숙청이 북·중 관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듯이 현영철 숙청으로 북·러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들이 잇따르고 있다.


빨간불 켜진 북·러 관계
“김정은, 핵 지지 못 받자 방러 포기
현 부장, 뜻 못 읽고 추진하다 숙청”

 미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모스크바 방문을 약속한 뒤 그 약속을 어겼으며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군부 실력자를 곧바로 총살시켰다”며 “러시아의 눈에 김정은은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한 뒤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처럼 현영철을 처형함으로써 북·러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핼핀 연구원의 말처럼 현영철은 최근 러시아 관련 업무에 깊게 관여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으며,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 15분간 연설도 했다.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도 면담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 전문가는 14일 “현 부장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푸틴 대통령을 면담했던 인물인 만큼 러시아 입장에선 처형을 지시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괘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북·러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현영철을 처형한 진짜 이유가 뭐냐다. 대북 업무에 관여하는 정부 당국자는 “단순히 졸았다고 고사총으로 처형하는 건 아무리 북한이라도 과도한 해석”이라며 “현 부장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의 속마음을 읽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핵 관련 지지를 요구했으나 러시아가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김정은이 마지막 순간 러시아 방문을 포기했는데 현 부장이 그 뜻을 읽지 못한 채 계속 방러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도 13일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과 핵 관련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 점이 김정은으로선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관련 전문가는 “김정은이 그리고 싶은 외교 지도는 러시아·중국과 각각 등거리 외교를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의 중·러 관계는 북한이라는 요소로 흔들릴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이 중·러의 외교 채널 이야기”라고 전했다. 현 부장의 숙청이 남측 언론들에 의해 보도된 1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은 그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미 “극도로 잔인한 북한 정권 행태”=제프 래스키 미 국무부 부대변인 대행은 1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현영철 숙청 소식과 관련, “충격적인 보도가 사실이라면 극도로 잔인한 북한 정권의 행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처형 첩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슬프게도 이 같은 보도는 처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실험 조작설과 관련해 “북한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8일 북한 탄도미사일이 잠수함이 아닌 물속에 잠겨 있는 바지선에서 발사됐다”는 한 미국 전문가의 ‘조작’ 주장에 대해 “국정원은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만 테스트한 것이고, 테스트는 성공했다는 정확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전수진 기자,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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