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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법 비웃는 ‘토건 마피아’ … 12개 건설단체 독식

중앙일보 2015.05.12 01:40 종합 6면 지면보기
해외건설협회(해건협)는 지난 3월 31일 임시총회를 열었다. 신임 회장 선출이 이날 안건이었다. 그런데 이날 모인 회원사 대표들은 시작하자마자 박기풍(59)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을 단독 후보로 추천한 뒤 곧바로 회장에 추대했다. 총회는 요식 행위였다. 박 전 차관은 총회가 열리기 10여 일 전인 3월 20일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해건협 회장으로 가도 좋다는 재취업 승인을 받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미리 낙하산 인사를 내정해 통보했고 건설사는 거수기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화된 재취업 제한 예외조항 이용
박기풍 전 차관 해건협 회장에
국토부 규제 2306건 부처 중 1위
막강 권한 … 낙하산 뿌리 안 뽑혀
요직 ‘밀실 추대’ 관행 바꿔야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정부 위임 업무를 다루는 민간단체 요직을 관료 출신이 장악해 관료조직과 관변단체가 짬짜미를 이루는 ‘관피아(관료+마피아)’ 폐해가 드러났다. 그러나 국토부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지적에 아랑곳없는 무풍지대로 나타났다. 본지가 해건협을 비롯한 건설 관련 협회를 조사한 결과 12개 주요 단체에서 국토부 출신 관료들이 회장이나 부회장, 전무이사 등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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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낙하산 논란은 해건협만의 일이 아니다. 건설공제조합은 노조가 국토부 1급 출신의 전직 관료 P씨가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반발해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정완대(60)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3년 임기를 마쳤는데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 이사장이 국토부 출신(중앙토지수용위원)인데 또다시 관료 낙하산이 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명 관피아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3월 31일 시행됐지만 ‘토건 마피아’의 재취업엔 큰 장애물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 제한기관 수를 1만3586개에서 1만5033개로 늘렸다. 그러나 ▶국가 경쟁력 강화나 ▶공공이익을 위한 필요성이 인정되면 취업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공직자윤리법 18조 2항)이 탈출구가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퇴임한 박 전 차관은 취업 제한 기간이었는데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아 재취업 심사를 통과했다.



 토건 마피아가 세월호 사건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친정인 국토부의 강력한 규제 권한 때문이다. 정부 규제포털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국토부의 등록 규제는 총 2306개로 부처 중 단연 1위다. 2위인 해양수산부(1484개)보다 822개 더 많다. 국토부는 대규모 인프라 공사나 택지개발사업, 각종 건축 인허가에서 각종 규제 권한을 행사한다. 더구나 건설 관련 협회의 감독권까지 쥐고 있다. 한 대형건설업체 임원은 “규제가 강하다 보니 현직 국토부 관료와의 창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퇴직 관료를 협회 임원으로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불투명한 후보 선임 절차도 문제다. 건설 관련 협회는 대부분 추대 형식으로 회장을 선출하고, 부회장은 이사회에서 추천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 국토부처럼 규제가 많은 부처는 규제 개혁과 민간 낙하산 관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밀실 추천이 아니라 내부와 외부 전문가의 평가를 종합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를 임원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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