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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아베 접촉, 중국이 사전·사후에 우리에게 설명”

중앙일보 2015.05.12 01:36 종합 8면 지면보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외교부 청사에서 한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는) 상당히 어려운 도자기를 구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한국 외교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지난 8일 만난 건 그 때문이다. 윤 장관은 “이럴 때일수록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고 했다. 한국 외교 위기론을 꺼내자 그는 3월 30일 재외공관장회의 발언(미·중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딜레마가 아닌 축복)으로 홍역을 겪어서인지 말을 아꼈다. 대신 “내가 지금 진짜 아픈 곳은 따로 있고, 거기에 시간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 아플 수도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큰일 났다’고 하는 격”이라고 돌려서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2시간여 진행됐다.

한국 외교 활로를 찾아서 <하>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듣는다



 - 한국 외교가 너무 수동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박근혜 정부는 5년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에 엄중한 외교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에 따라 전략을 수립해 왔다. 인식이나 전략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하다. 도자기를 굽는 사람은 도자기를 잘 만들었는지 아닌지 완성되기 전에도, 남이 평가해주기 전에도 잘 안다. 지금 우리는 상당히 어려운 도자기를 구워야 하는 상황이다.”



 - 지금까지 가장 못 구운 도자기는 뭔가.



 “한·일 관계가 안 풀리는 것이 참 아쉽다. 우리는 노력했지만, 사실은 상대방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







 - 한·일 관계에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투트랙 전략은 정부 출범 때부터 견지했다. 하지만 과거사 트랙에서 부정적인 게 많다 보니 긍정적 트랙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일본에 ‘과거 지도자들의 약속, 정신을 지켜달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최소한의 요구다. 물론 유연성도 발휘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안 했을 뿐인데…. 지난해 3월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 때는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옆자리에 앉아 한 시간 이상 대화했다. 당시 의례적인 이야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깊이 있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대통령 스스로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대화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서로 방문해서 하는 정상회담은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 그런 준비가 되려면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몇 가지가 진전돼야 한다.”



 - 아베 총리의 종전 70년 담화(8월 15일 예정)까지 지켜봐야 하나.



 “우리가 늦게 가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대로 인식을 공유한 부분이 있다. 굳이 시점을 멀리 잡지 않더라도 일부 현안에선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시점에 진지하게 고위급 회담을 생각해볼 수 있는 상황도 올 수 있다.”



 -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일인 6월 22일 전에 획기적인 만남을 기대하긴 어렵나.



 “아베 총리가 국내적으로 기반을 확고히 했고, 이번 방미를 통해 나름대로의 성과를 냈으니 앞으로 주변국과의 관계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오고 있다. 과거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의 보수적 대통령이었기에 중국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풀 수 있었듯, 아베 총리도 이런 부분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는 당연히, 분명히 화답한다.”



 - 일본이 과거사에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나.



 “‘모든 걸 다 해결해야 움직인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사 현안 중 어떤 것은 짧게 잡고 집중적 노력을 할 수도 있다.”



 - 위안부 문제에서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는 어느 수준인가.



 “일본 측에서 다 알고 있다. 큰 틀에선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를 아무 사족 없이 승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승계하겠다고 두 번이나 미국에서 얘기한 걸 주목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미흡하다. 중요한 계기에 더 확실하게 밝히면 한·중은 물론 미국도 굉장히 반가워할 것이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번에 러시아에 가지 않은 게 중국 때문인가.



 “그게 주된 고려는 아닌 것 같다. 북한 지도자가 처한 위치상 러시아에 특별한 경호나 의전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외교적으로 고립됐기 때문에 여러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또 국제무대에 한 번도 등장 안 한 입장에서, 나이도 젊은데 다자회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2주일도 안 남겨놓고 취소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굉장한 결례다.”



 -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논란 때 ‘전략적 모호성’을 말해 논란이 많았다.



 “외교부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국방 관련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 같고, 정부가 정책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다만 그 취지가 당시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을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포함해 기본적으로 공유하는 입장은 ‘3NO’(요청·협의·결정 없음)다. 핵심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는 본질적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 박 대통령이 방미하는데, 특별한 외교 목표가 있나.



 “기존 협력을 더 강화하는 게 기본이다. 새로운 요소들,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둘지는 고민이다. 한·미 동맹은 한·미 동맹대로의 전략적 가치가 있고, 미·일 동맹은 미·일 동맹대로의 가치가 있다. 미국이 아태 재균형 정책을 증진시키려는 상황에서 미·일 동맹은 좋아지는데 한·미 동맹은 약화되거나 한국이 고립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두 동맹이 다 같이 증진되는 게 미국으로서도 맞는 그림이다.”



 - 한·일 관계보다 중·일 관계 개선 속도가 빠른 것 아닌가.



 “중·일 관계가 개선되는 게 우리의 외교 목표에 맞기 때문에 장려할 입장이다. 미·일 대 중국 구도, 새로운 냉전 구도가 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지난 4월 22일 반둥회의에서 중·일 정상 간 접촉이 있다는 사실을 중국 쪽에서 사전에 알려줬고, 사후에도 설명해줬다. 역사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3월 말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할 때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보여준 것을 보면 얼마나 메시지가 강했는지 모른다.”



 -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시점을 두고 비판이 있었는데, 정부 평가는 다른 것 같다.



 “AIIB는 미국·중국, 또 여러 나라가 관련돼 있지만 우리는 진짜 독자적 판단을 통해 가장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역내 핵심 세력인 한국이 들어온 것에 고마워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등을 많이 개선시킨 상황에서, 미국의 우려가 상당히 완화된 상태에서 들어가 준 것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3월 31일까지 들어갔기 때문에 경제적 실익에 아무 영향을 안 준다. 지분에 있어서도 그렇고, 부정적 영향은 제로다.”



 - 한국 외교가 처한 가장 시급한 위협, 심각한 위협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무래도 북한발 도전이 앞으로 계속해서 면밀하게 주시해야 할 사안이다. 사실 우리가 미국을 포함해 주변국들과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북한 문제다.”



 - 장수 장관 대열에 올랐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고 정부 내에 소문나 있는데.



 “요즘 같은 분위기엔 그런 얘긴 안 어울리는 것 같다(웃음). 대통령께서 새누리당 후보 출마할 때의 연설과 공약, 대통령 취임사, 드레스덴 선언, 유엔 연설, 2013년 미 의회 연설 등을 자세히 보라. 외교 정책에선 일관된 흐름을 갖고 있다. 그 기초가 된 건 2011년 9~10월호 포린어페어에 실린 철학이다. 어느 정부보다 큰 틀과 전략을 가지고 시작했다.”



인터뷰=박승희 정치부장, 정리=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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