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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IIB 반대한 건 실수 … 외교정책, 내년 대선 이슈될 것”

중앙일보 2015.05.12 01:11 종합 14면 지면보기
“미국의 실수다.”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에게 듣다]
우방 AIIB 참여 막는 대신 투명한 지배구조 힘썼어야
공화당 후보 난립 드문 일
난 부시 편 … 히스패닉 변수

 로버트 졸릭(62) 전 세계은행 총재는 “중국 주도로 올 연말 설립 예정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미국이 반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근 본지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으로 연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질서’ 등을 주제로 연설하기 위해서다. 요즘 뜨거운 이슈인 AIIB와 미국 대선 전망을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는 “미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막기보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미국이 AIIB 설립을 막아야 했나.



 “나라면 중국이 국제사회에 건설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내가 세계은행 총재로 일할 때 중국의 역할을 확대해주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중국이 AIIB를 제안했을 때 나라면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력하는 방식을 제안했을 것이다.”



 -미국은 무엇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요즘 반부패 투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AIIB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또 AIIB가 공정한 조달 시스템을 갖추고 친환경적인 인프라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미국을 이겼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이 우방들의 AIIB 참여를 막은 것은 전술적으로 옳지 않았다. 대신 (AIIB 지배 구조 등에 대해) 우방과 미리 의논해 단일안을 만들어 (중국에) 제안하는 게 바람직했다. 미국 정부가 AIIB 설립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듯하다.”



 기본적으로 졸릭은 공화당 사람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그는 국무부 부장관과 세계은행 총재를 지냈다. 2016년 대선 전망을 묻겠다고 하자 그는 싱긋 웃으며 “난 편향된 사람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무슨 말인가.



 “지금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젭 부시(62)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돕고 있다.”



 -미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2016년 대선은 참 독특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반면 공화당 쪽은 20여 명이 난립하고 있다. 아직도 누가 후보가 될지 알 수 없다. 여태껏 공화당에 후보가 난립한 적이 거의 없었다. 유력 후보가 나서면 다른 사람들은 출마를 자제했다. 정작 후보가 난립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2016년 대선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정말 나도 알고 싶다(웃음). 다만 중요한 변수를 두 가지 이야기할 수는 있다. 내가 보기엔 소수민족 표가 중요한 변수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히스패닉 유권자 표의 27%만 얻어 낙선했다. 반면 조지 W 부시는 (2004년 대선에서) 44%를 얻어 당선됐다.”



 -소수민족은 민주당 표가 아닌가.



 “그렇지만은 않았다. 젭 부시 전 주지사가 스페인어를 잘한다. 부인 컬럼바(62)는 멕시코 출신이다. 히스패닉계 표를 얻는 데 아주 좋을 듯하다.”



 -또 다른 변수는.



 “미 유권자의 최고 관심은 당연히 일자리다. 이슬람국가(IS) 등의 잔인한 행동 때문에 과거 대선에서 6~7위 수준이던 대외정책이 2위로 급부상했다. 공화당 잠룡들은 외교 경험이 거의 없다. 반면 민주당의 힐러리는 국무장관을 지냈다. 다만 힐러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공과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반도 정책도 주요 이슈인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북한의 도발 등으로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가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국인과 한국 정부에 긍정적인 요소다.”



 -전직 투자은행가로서 미국 주가 등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 미국과 일본 등이 아주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양적완화)을 쓰고 있다. 이런 비정상 국면이 끝나면(금리 인상) 주가는 실물경제와 기업 실적을 반영하면서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통화시장에선 조정이 시작되지 않았는가.”



 -무슨 말인가.



 “미국이 양적완화(QE)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달러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글로벌 주식과 채권 가격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요동칠 수 있음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







글=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로버트 졸릭=독일 동부지역에서 살다 19세기 말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계 후손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에서 일했다. 젭 부시가 내년 대선에서 이기면 국무장관이나 재무장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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