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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집주인을 찾습니다

중앙일보 2015.05.12 00:24 경제 2면 지면보기



도심 공공기관 이전부지 29곳 매각
마포 신보 건물, 용산 전파연구원 …
용도지역 바꿔 투자 가치 높여
비즈니스호텔·뉴스테이로 가능
국토부, 14일 대한상의서 설명회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옛 국립전파연구원 건물은 6개월째 비어 있다. 전파연구원이 지난해 11월 광주 혁신도시로 이전했는데도 팔리지 않아서다. 이곳은 2013년부터 13차례 입찰을 했지만 번번이 유찰됐다. 7층 이하(용적률 200%) 저층 건물만 지을 수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라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곳을 올해 역점 주택사업인 뉴스테이(중산층용 기업형 임대주택) 개발 부지로 매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지가 팔리면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용도지역을 변경(2종 주거지역→준주거지역)해 고층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수도권 도심의 공공기관 이전부지(종전부동산)가 뉴스테이나 비즈니스호텔 용도로 매각된다. 땅의 투자 가치를 높여 조기 매각하는 동시에 헐값 매각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런 내용의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를 연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전체 120곳의 이전 부지 중 매각이 완료된 91곳을 뺀 29곳이다. 이들 부지의 매각예정 가격을 합치면 2조1000억원이 넘는다. 과거 설명회와 달리 각각의 이전 부지에 대한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 입지가 좋은데도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보여주지 못해 팔리지 않은 매물이 여럿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번에 매물로 나온 29곳 중 대한지적공사·대한주택보증·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10곳을 제외한 나머지 19곳은 지금까지 주인을 찾지 못해 재입찰되는 매물이다. 이들 부지는 뉴스테이로 개발하기가 안성맞춤이다. 중산층 편의를 위해 도심 역세권에 짓는 고급 임대아파트라는 뉴스테이의 개념과 맞아떨어져서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옛 국립전파연구원뿐만이 아니다. 마포 공덕역을 끼고 있는 옛 신용보증기금 부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20층 건물이 있는 신보 부지를 리모델링을 통해 비즈니스호텔이나 뉴스테이 용도로 매각하기로 했다. 사실 신보 부지는 2012년부터 오피스빌딩 용도로 매물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팔리지 않은 곳이다. 부동산 경기는 안 좋은데 매각 예정가격(1000억원)은 비싸다 보니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전의 계기는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이 신보를 직접 방문했을 때 마련됐다. 국토부 직원들은 신보 건물이 일반적인 공공기관과 달리 복도 양 옆으로 호텔 객실처럼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점에 주목했다. 알아보니 이곳은 과거 호텔 용도로 지었다가 신보가 사들여 오피스빌딩으로 개조한 사연이 있었다.



박근호 국토부 종전부동산기획과장은 “건물 내부 인테리어만 바꾸면 바로 비즈니스호텔로 쓸 수도 있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뉴스테이용 아파트로 개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곳은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어 호텔 용도로 쓰려면 현재 국회 계류돼 있는 ‘학교 앞 호텔법’(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와 함께 대한지적공사·대한주택보증(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한국광해관리공단(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국산업기술평가원(서울 구로구 구로동)은 오피스텔 용도로 팔기로 했다.



 물론 국토부 생각대로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 거란 보장은 없다. 지금까지의 공공기관 이전부지 매각 과정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부동산 값이 치솟던 노무현정부 때 혁신도시 정책 수립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막상 지방 이전과 수도권의 옛 부지 매각이 이뤄진 시점은 부동산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돌아선 이명박정부 때부터였다. 처음 매겼던 감정가격보다 가격을 낮춰 팔거나 몇 년씩 팔리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던 이유다. 예컨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옛 정자동 사옥은 감정가격(2789억원)보다 13% 가량 낮은 2421억원에 매각된 반면 옛 오리동 사옥(감정가격 3524억원)은 아직 팔리지 않았다.



 매각의 물꼬를 튼 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입찰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감정가격(3조3346억원)의 세 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을 써 내 낙찰 받았다. 전남 나주로 이전한 한전은 이 자금을 부채 감축과 미래 투자에 쓰기로 했다. 한전의 성공과 부동산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올 들어 공공기관 이전부지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다른 공공기관 이전부지 매각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올 들어 5월 초까지 중소기업진흥공단·도로교통공단을 비롯해 8개 부지가 팔렸다. 남은 29곳 가운데 2곳은 이미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 성남의 옛 한국도로공사 부지는 내년 상반기쯤 LH에 팔릴 예정이다. 연초 발표된 제2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서울 대학로의 옛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말 사들여 장애인문화센터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뉴스테이와 같은 새로운 정책을 공공기관 이전부지에 접목해 투자가치를 높인 것은 큰 틀에서 좋은 아이디어”라면서도 “개별 부지에 얽힌 여러 규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각 성공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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