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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서 온 부산 사나이 “평창 메달 꼭 딸겁니더”

중앙일보 2015.05.12 00:14 종합 29면 지면보기
부산 출신 17세 소년 김마그너스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그는 “스키로 세계 정상을 정복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오종택 기자]


김마그너스. 아직은 생소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최고(great)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딴 이름(magnus)처럼 김마그너스는 ‘스키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에서 세계 최고를 꿈꾸는 17세 소년이다.

스키 크로스컨트리 김마그너스
중학교 때 아버지 나라로 건너가
주니어대회 휩쓴 차세대 유망주
“어머니 나라에서 올림픽 뛰고싶어”
한국 국적 선택 … 태극마크 도전



 오는 16일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D-1000일이다. 종합 4위를 노리는 한국은 각 종목의 유망주들을 키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마그너스는 설상(雪上) 종목 최고 기대주다. 노르웨이 출신 아버지와 부산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스키 강국 노르웨이에서 거주하면서 크로스컨트리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김마그너스는 지난달 28일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올림픽 개막 3년 이내에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국적으로만 올림픽에 뛸 수 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던 그는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선택했다. 입국 이튿날인 11일 본지와 만난 김마그너스는 “(국적을) 결정하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다. 이젠 평창 올림픽만 바라보고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한국이다. 한국에 대한 애국심은 당연하다”면서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다. 그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 그 동안 한국에선 소외받았던 스키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마그너스는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부산 사나이’다. 태어난 곳도 부산이다. 그는 어머니 김주현(55) 씨의 영향을 받아 ‘억수로’라는 말을 자주 쓴다. 국내에서 겨울체전이 열리면 그는 경기장 근처 식당에서 우거지국밥 한 그릇을 싹 비운다. 김마그너스는 “한국 음식이 더 맛있다. 국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피로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영화 ‘국제시장’을 봤다는 그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내가 태어나기 전 부산이 이랬구나. 어머니 같은 분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마그너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전야제에 화동으로 참가했던 독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김마그너스는 “어머니 지인 중에 전야제 한복 패션쇼 진행을 맡은 분이 있었다. 그 분의 소개를 받고 큰 무대에 나갔다”면서 “이제 평창 올림픽에 선수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설렌다”고 말했다.



 김마그너스는 어렸을 때부터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어머니 김씨는 “마그너스가 네 살 때 TV를 보다가 근육질의 남자를 보고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태권도를 시켰다”고 말했다. 마그너스는 초등학교 때 축구·윈드서핑·요트·철인3종·아이스하키 등 많은 스포츠를 섭렵했다.



 그 중에서도 쇼트트랙과 사이클은 김마그너스를 성장시킨 동력이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쇼트트랙 전국대회 500m에서 우승했고, 철인3종을 하면서 배운 자전거로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산~서울 종주를 했다. 김마그너스는 “쇼트트랙을 통해 정신력을, 사이클을 통해 운동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면서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 덕에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2010년 노르웨이로 이주하면서 김마그너스는 본격적으로 스키를 탔다. 지역 클럽에 가입해서 선수로 뛴 게 그의 인생을 바꿨다. 2012년부터 전국 대회를 휩쓸었고, 2013년 노르웨이 선수권 15세부 크로스컨트리에서 320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또 2013년부터 노르웨이 선수권 크로스컨트리 연령별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부터 시작한 바이애슬론(스키+사격)에서도 동년배 중 최강이었다. 2013년부터 출전한 한국 겨울체전에서도 김마그너스는 독보적이었다. 지난 2월 겨울체전에서도 4관왕에 올랐다.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을 병행한 김마그너스는 크로스컨트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스키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는 올림픽에서 비(非)유럽 국가선수들이 한번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종목이다. 그의 목표는 당연히 평창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금메달이다. 그는 “스키는 내게 애인같은 존재다. 올림픽 메달은 나의 꿈이다. 애인과 함께 평창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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