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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4·29 재·보궐선거

중앙일보 2015.05.12 00:08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4월 30일자 34면>

4·29 민심 오해 말라 … 이젠 국정개혁에 매진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어제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3곳, 무소속이 1곳에서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멸했다. 이번 선거는 지역구 4곳에 불과한 미니(mini) 선거였지만 결과적으로 수퍼(super) 선거가 되고 말았다. 여야의 수뇌부가 총출동해 올인하다시피 판을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성완종 사태까지 터지면서 각종 국정 현안이 재·보선 뒤로 밀렸다. 정치권이 이렇게 ‘동네 선거’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민심은 차분했다. 4·29 재·보선 투표율은 36%에 머물렀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보다 소폭 올랐을 뿐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결과를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 ‘성완종 쓰나미’라는 악재를 만났으나 야권이 분열하는 바람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압승을 거둔 측면이 더 짙다. 더 큰 문제는 야당이다. 새정치연합은 오로지 성완종 파문에 매달려 반사이익만 노렸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성완종 특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유권자들은 “여야 모두의 문제”라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선거는 정치권에 의해 지역 선거가 전국 선거처럼 둔갑했을 뿐이다. 또한 재·보선 지역마다 독특한 사정들을 안고 있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패배한 인사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물밑에서 오히려 제3 후보를 미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같은 정당 안에서도 계파별로 이해가 엇갈려 선거운동에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따라서 정파적 시각에 얽매여 이번 선거가 전국 민심을 대변한 것처럼 우긴다면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재·보선을 핑계로 미뤄놓은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야가 선거 결과를 놓고 주판알을 퉁길 시간이 없다. 무엇보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부터 차질 없이 진행시켜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계속 겉돌았고, 발등의 불인 공무원연금 또한 ‘무늬만 개혁’으로 후퇴시킨 채 재·보선 뒤로 넘겼지 않은가. 여야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2+2 담판 등을 통해 매듭지을 건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 내년 총선까지 남은 1년의 개혁 골든 타임을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된다.



 청와대와 정부도 현안들의 교통정리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검찰은 사회개혁 차원에서 성완종 사건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면 비리 의혹의 진상도 밝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다. 더 이상 병상(病床) 담화나 유체이탈 화법으로 적당히 끝낼 게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총리가 사퇴할 정도로 파문이 커졌다면 국민들에게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는 게 예의다.



 이제 재·보선의 승패를 떠나 대통령과 여야는 배를 탔다는 심정으로 개혁 과제에 매달려야 한다. 더 이상 과거에 매달려 미래를 망칠 수 없다. ‘이제 국정개혁에 매진하며 속도를 내달라’는 게 4·29의 엄중한 메시지다.





한겨레 <2015년 4월 30일자 35면>

벼랑 끝에 몰린 제1야당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4·29 재보궐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끝났다. 최대 승부처로 꼽혀온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에 의석을 내준 것은 물론 안방인 광주 서을에서도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무릎을 꿇는 등 0 대 4로 전패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뼈아픈 결과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도 역시 ‘정권심판론’에만 기대 선거를 치렀다. 특히 선거전 중반에 불거진 성완종 스캔들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데 선거의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민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 문제에 대한 여당의 물타기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수세에 몰리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더욱 문제는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정권 심판에 적합한 선거구도’를 짜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번 재보선 지역은 인천 서구강화을 한 곳만 빼고는 모두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여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지역들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번에는 야권연대는 고사하고 당 내부 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의 부당성 심판이라는 대의는 처음부터 실종됐고, 선거판 전체가 정권심판론, 야당심판론, 정치 철새 심판론 등이 뒤섞인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에 이득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광주 서을에서의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제1야당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호남 여당’인 새정치연합의 오만과 무기력에 대한 불만감, 새정치연합 주류 세력들에 대한 이 지역 유권자의 거부감과 소외의식, 야권 재편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서 새정치연합의 완패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야당,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빨간 신호를 ‘문재인호 야당’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번 재보선은 새정치연합의 패배만이 아니라 야권의 공동패배라고 해야 옳다. 서울 안의 야당 텃밭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준 것은 대표적인 예다. 이는 야권의 각개약진을 제어할 만큼의 확고한 통합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새정치연합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크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된 야권 인사들의 자기중심적 사고 탓도 크다. 특히 숱한 논란 속에 출마를 강행했으나 결국 3등에 그친 정동영 후보는 ‘여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주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로 신당 추진의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게 됐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를 인물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과 정동영의 패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이번 재보선이 야당의 패배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온전한 승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명목상 수도권 세 곳을 석권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야권 후보들의 난립을 틈탄 어부지리 성격도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책임, 국정운영의 각종 난맥상에 대한 면죄부로 여겨서는 결코 안 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재보선 결과를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받아들이는 착각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정권 심판 선거구도 못 이뤄” … “지역구 4곳 불과한 ‘동네선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30일 4·29 재·보선 참패에 대해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4·29 재·보궐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완패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3곳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광주 서구을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11년 재·보선에서부터 지난해 7·30 재·보선에 이어 이번 재·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연패를 거듭 중이다.



 이런 결과를 바라보는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서로 비슷해 보인다. 한겨레는 “야권의 각개약진을 제어할 만큼의 확고한 통합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새정치연합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지적한다. 중앙 또한 새누리당의 승리가 “야권이 분열하는 바람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압승을 거둔 측면이 더 짙다”고 평가한다. 두 사설 모두 야당의 분열이 여당의 승리를 낳았다고 진단하는 셈이다.



 두 신문은 또한 여당에 대해 유사한 경고를 던진다. 중앙은 “이번 선거가 전국 민심을 대변한 것처럼 우긴다면 헛다리를 짚는 것”이라며 여당의 자만을 경계한다. 한겨레 역시 “이번 재보선이 야당의 패배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온전한 승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한마디로 야당이 부족했을 뿐, 여당이 잘해서 선거에서 이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4·29 재·보선의 의의를 가늠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한겨레는 야권의 선거 패배 원인으로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정권 심판에 적합한 선거구도’를 짜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꼽는다. 한겨레는 재·보궐선거에서 ‘정치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듯싶다.



 이번 선거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헌정사상 최초로 벌어진 정당 해산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방점을 두고 ‘중간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선거를 이끌었어야 한다. “‘정권 심판에 적합한 선거구도’를 짜는 데 실패했다”는 한겨레의 진단은 이 점을 짚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한겨레는 이번 재·보선이 “새정치연합의 패배만이 아니라 야권의 공동패배”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서울 관악을의 선거결과를 예로 든다. 야권인 정태호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얻은 표를 합치면 오신환 당선자의 득표수보다 훨씬 앞선다. 이렇게 본다면 4·29 재·보궐선거는 정치의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할뿐더러 통합능력도 발휘하지 못한 야당에 대한 중간평가였던 셈이다.



 반면, 중앙은 4·29 재·보궐선거의 의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지역구 4곳에 불과한 미니 선거였을 뿐이며, 전국 246개 선거구 가운데 4곳의 향배는 현재의 의석 지배 구조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뽑힌 의원들의 임기 역시 1년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은 ‘동네선거’에 불과한 재·보선에 “여야의 수뇌부가 총출동해 올인하다시피 판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중앙은 왜 4·29 재·보궐선거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을까? 중앙 사설은 묘하게 선거 당시 이루어졌던 새누리당 김명언 원내대변인의 원내 현안 관련 브리핑을 떠올리게 한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에게 “재·보궐선거 이후에는 공무원 연금개혁 등 4대 구조개혁과 민생경제 법안 처리 등 당면 국정 과제가 코앞에 닥쳐 있어 이번 재·보궐선거가 국가개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호소했었다.



 선거는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어렵게 한다. 표를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국익과 소신에 따라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4·29 재·보궐선거가 지방 선거를 넘어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지녔을 때는 더욱 그렇다.



 중앙은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부터 차질 없이 진행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제 국정개혁에 매진하며 속도를 내달라는 게 4·29의 엄중한 메시지다”라는 말로 결론을 맺는다. 전체적으로 여권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지만, “박근혜 대통령 역시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다”라며 정치 불신을 부른 정부·여당에 대한 질책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석 네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 지나지 않았다. 진검승부 격인 20대 총선은 앞으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의 신뢰를 받고 싶다면 야당과 정부·여당은 두 사설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다음 주 논점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5월 19일자에는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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