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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수정란 골라내 유전병 없는 아기 낳으세요

중앙일보 2015.05.12 00:01 라이프트렌드 7면 지면보기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강인수 교수(왼쪽)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수정란에서 세포를 채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염색체 이상 또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 한다.


집안 대대로 유전병을 앓았거나 내 몸속에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어도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있다면 ‘착상 전 유전 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이하 PGD)’을 거치면 가능하다. 이 진단법은 건강한 수정란을 골라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이다. 이 진단법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강인수(산부인과) 교수가 이달 초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로 부임했다. 그에게서 유전병 걱정 없는 건강한 아기 출산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한때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장애인 윤모씨는 ‘골형성 부전증’이라는 유전질환을 앓았다. 뼈를 만드는 콜라겐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뼈가 쉽게 부러지는 질환이다.



윤씨의 집안 내력에는 이 질환을 앓은 사람이 없다. 그가 최초다. 그는 2007년 임신을 준비하며 아기에게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줄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2008년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바로 PGD 검사를 통해서였다.





정자·난자 체외 수정으로 건강한 수정란 찾아



강 교수는 “임신이 되지 않거나 유산이 반복돼 병원을 찾은 부부 중 혈액검사를 받고 염색체 이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령 어머니가 염색체 이상으로 유산한 경험이 많았다면 자녀가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어도 자녀 2명 중 한 명은 염색체 이상이 나타날 확률이 50%나 된다.



해당 염색체를 갖고는 있지만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보인자’일 수 있다. 윤씨처럼 부모가 정상이고 집안 대대로 유전자 또는 염색체 이상이 없어도 그 집안에서 최초로 자녀에게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유전병이 대물림되고 염색체에 이상이 있으면 임신이 잘 되지 않거나 임신하더라도 유산될 위험이 크다.



태아에게 유전자 돌연변이 또는 염색체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존의 산전진단법은 임신 9~12주에 시행하는 융모막(양수를 싸고 있는 막) 검사와 임신 18~20주에 하는 양수검사가 대표적이다.



이미 착상된 태아에게 이상 징후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는 대부분 유산된다. 이 같은 이유로 유산을 반복하면 산모에게 신체·정신적으로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런데 PGD는 수정란이 착상되기 전 염색체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진단법은 정자와 난자를 체외 수정시켜 건강한 수정란만 골라 엄마 자궁에 착상시킨다.



이 때문에 유산 위험을 줄이고 건강한 아기를 낳을 확률을 높인다. 주로 임신이 잘 되지 않거나 유산 병력이 많은 부부에게 시행한다.





검사 과정은 난임 부부 시험관 시술과 비슷



PGD 검사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혈액검사에서 부부에게 유전자 또는 염색체 이상 소견이 발견될 때 PGD 검사를 받을 수 있다. PGD 검사는 난임 부부의 시험관 시술과 같은 과정을 밟는다.



우선 예비 엄마에게서 난소를 채취하고, 난소에 차 있는 물(난포액)을 뽑아내 난자를 채취한다. 보통 10~15개가량 난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난자와 정자들을 체외 수정 방식으로 결합시킨다. 하루 뒤 수정된 배아(수정란)를 추려낸다. 수정란을 배양한 지 3일째가 되면 수정란이 8개로 분화된다.



이렇게 체외 수정을 통해 만들어진 수정란이 8개로 분화되는 8세포기 때 PGD 검사를 한다. 8개로 나뉜 세포(할구세포) 중 1~2개를 떼어내 유전자·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강 교수는 “인공위성(현미경)에서 건물(염색체)까지는 찍을 수 있어도 건물 속 사무실의 책꽂이에 꽂힌 책의 글자(유전자)까지 찍기는 힘든 것처럼 PGD 진단법은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고 강조했다.





이럴 땐 착상 전 유전자 진단 받으세요



□ 염색체 이상 질환



유산을 반복할 때, 또는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염색체 검사를 해보니 부부 중 한 명에게서 염색체의 수적·구조적 이상이 발견될 때.



□ 단일 유전자 질환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질환이 발생했을 때(가족력이 있거나 가계 내 돌연변이 환자가 있을 때). 상염색체 질환, X염색체 연관 질환 포함.





글=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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