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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선제타격·요격 어려워 킬체인·사드 무력화 우려

중앙일보 2015.05.11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일요일인 10일 군과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분주했다. 북한이 지난 8일 실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사출 실험에 성공했다는 첩보가 입수돼서다. 사출 실험은 잠수함에서 쏜 미사일이 정상 발사돼 물 밖에서 추진체에 점화가 이뤄지는지를 보는 실험이다. SLBM은 보호 캡슐에 싸인 채 잠수함 수직발사관에서 발사된 뒤 수면을 벗어날 때 캡슐이 벗겨지며 점화돼 목표물로 날아간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핵 탑재 땐
핵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셈
“캡슐 벗겨지는 장면 안 보이고 직각 아닌 사선 발사” 일각선 의문



 정부 당국자는 “잠수함은 물속으로 들어가면 발견하기 어려워 존재 자체가 위협적인 전략무기”라며 “여기에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경우 언제, 어디에서 쏠지 몰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그만큼 SLBM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 소형화를 염두에 두고 이번 실험을 했을 경우 한반도 안보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1대가 가지는 전략적 가치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1000배가 넘는다”며 “북한이 아직 핵을 소형화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잠수함에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우리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게 아니라 핵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이 SL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확장 억제나 핵우산은 무의미해진다”며 “북한의 요구 조건을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SLBM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징후가 보이면 사전에 파악, 공격하는 킬체인을 수조원 들여 개발하고 있다. 또 미사일을 쐈을 경우 땅에 떨어지기 전에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잠수함에서 공격할 경우 징후를 파악해 선제타격하기 어렵고 가까운 곳에서 순식간에 공격이 가능해 요격 시간도 부족하다. 킬체인이나 KAMD가 구축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미군이 들여오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SLBM 능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군 당국은 일단 지난 8일 사출 실험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더미(Dummy·모의탄)로 실시해 실제 미사일을 확보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 추세대로라면 북한이 사거리 수천㎞의 탄도미사일을 잠수함에 탑재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있다. 해군 잠수함 전단장을 지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은 “북한은 30여 년 전부터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옛 소련의 잠수함(골프급)을 들여와 연구를 시작했다”며 “최근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는 등 잠수함을 공격용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기 단계지만 오래 연구해온 데다 수중발사 실험을 할 만큼 SLBM 위협이 현실화됐다는 의미다.



 반면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SLBM은 수중에서 캡슐에 싸여 물 밖으로 나온 뒤 캡슐이 벗겨지며 점화되는데 북한이 9일 공개한 사진에는 캡슐이 보이지 않는다”며 “미사일 발사 각도도 수면에선 직각이어야 하는데 사선으로 돼 있고, 연기 양도 많지 않아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략무기인 SLBM을 북한이 공개한 데 대해선 정치적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한국과 달리 개발 중인 무기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건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KAMD가 무의미하다는 시위와 더불어 5·24조치 해제를 압박하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시로 미사일을 쏘며 긴장을 높였지만 별 동요가 없자 강력한 한 방을 공개함으로써 미사일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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