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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탄광서 하루 12시간 막장 노동 … 죽도록 매질도”

중앙일보 2015.05.11 01:51 종합 8면 지면보기
“석탄가루 날리는 막장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일했지. 한숨 돌릴라치면 어김없이 몽둥이가 날아왔어. 도망치다 붙잡혀 죽도록 매질도 당했지.”


일본의 일제시대 강제징용 시설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에 맞서
피해자 92세 공재수 할아버지 증언

 지난 9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화정동 청소년문화의 집. 머리가 하얗게 센 공재수(92·사진) 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 후쿠오카(福岡)현 아소(麻生) 탄광에 강제로 끌려갔던 경험담을 풀어 놨다. 일본이 강제징용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데 반대해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만든 행사에서였다.



  공 할아버지는 가끔씩 허공을 쳐다보기도 하면서 얘기를 이어갔다. “매질도 직접 하지 않고 조선인들에게 동료들을 때리도록 시켰어. 그러면서 ‘조선인은 항상 거짓말만 한다’고 했는데 지금 일본이 하는 게 거짓말과 위선이 아니면 뭐야. 일본의 행태가 너무 기가 막혀 이대로 죽으면 안 되겠다 싶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증언을 하는 거야.”



 공 할아버지는 “밥이 어디 있어. 혹독하게 일을 시키면서도 그나마 하루 두 끼 콩깻묵도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라면서 손등으로 눈을 훔쳤다. 그는 “우리나라가 일본이 무서워하는 튼튼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젊은이들이 단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 할아버지는 스물두 살이던 1943년 아소 탄광에 끌려가 2년여 동안 노역하다 광복 후 고향인 경기도 양평으로 돌아왔다. 그는 강제노역 당시 장티푸스에 걸렸던 일도 전했다. “43년 봄일 거야. 모두들 전염병에 걸려 가지고…. 병원에 한 200명이 갔는데 하루 저녁 자고 나면 20~30명씩 없어져. 병원에 간 사람들 중에 살아 나온 사람은 몇 안됐어.” 그가 끌려갔던 아소 탄광은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증조할아버지인 아소 다키치(麻生太吉)가 만들었다. 아소 탄광에는 당시 조선인 7996명이 끌려가 56명이 사망했다. 7996명은 일본 단일 기업에 강제 노역 간 것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날 행사에서는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나가사키(長崎)현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강제노역 했던 김한수(97) 할아버지도 증언하려 했으나 전날 교통사고를 당해 참석하지 못했다. 공 할아버지가 있었던 아소 탄광은 일본이 추진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상에는 들어 있지 않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오는 16일 같은 장소에서 박사영(92) 할아버지를 초청해 증언을 듣는다. 박 할아버지는 나가사키 사세보(佐世保)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31일에는 강제노역 및 원폭 피해자 유족들이 증언자로 나온다. 시민모임은 또 다음달 3~7일 나가사키 일대 강제노역 현장을 둘러보는 현장 답사를 한다.



광주광역시=최경호·김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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