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시민이다] 엄마들 힘으로 만들었죠 … 우리 동네 어린이도서관

중앙일보 2015.05.11 01:16 종합 16면 지면보기
주민들과 힘을 모아 만든 대전시 태평동 ‘짝꿍도서관’에서 박지현씨(뒷줄 오른쪽)가 책으로 시민을 뜻하는 ‘사람 인(人)’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둥근 탁자와 소파, 의자. 벽 가득히 꽂힌 어린이책들…. 대전시에 이런 공간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어머니들이 꾸미고, 주민들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마을어린이도서관’이다.

주민들 후원금 모아 설립
대전, 태평동 등에 16곳 생겨



 시작은 대전시 태평동의 아파트 단지 어머니들끼리 만든 ‘책 읽어 주는 모임’이었다. 품앗이 삼아 아파트 놀이터 등에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책을 읽어 줬다. 그러다 모임에 참여했던 박지현(44)씨가 문득 생각했다. ‘동네 어린이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



책모임만으로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어 떠오른 생각이었다. 뜻이 통한 어머니 10여 명과 공공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운영법 배우기부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를 돌며 후원금도 거뒀다. 수백 명 주민이 십시일반 격으로 3000~5000원을 냈다. 50만~100만원을 낸 이웃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400여만원이 모였다. 대전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모한 ‘지역 주민 사업’에 신청해 어린이도서관 건립비 2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태평동 신협이 지하 100㎡ 공간을 무료로 내줬다. 주민들이 함께 페인트를 칠하고 테이블을 만들었다. 어린이책 800여 권을 구입해 2007년 6월 도서관 문을 열었다. 어린이들이 직접 ‘짝꿍도서관’이라고 이름 지었다.



 도서 기증이 들어와 규모가 커졌다. 현재 장서는 4000여 권. 어머니들이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전기요금 같은 운영비는 주민들이 매달 몇 천원씩 내는 후원금으로 해결한다.



 소문이 퍼지면서 대전 시내 곳곳의 어머니들이 운영 방법을 물어왔다. 그러면서 마을어린이도서관이 퍼졌다. ‘꾸러기도서관’ ‘꿈터도서관’ ‘또바기도서관’ ‘달팽이도서관’ 등 16곳이 생겼다. 하나같이 어머니들이 주축이 돼 주민과 함께 운영한다. 주민자치센터나 아파트 상가, 경로당의 빈 공간처럼 주거 단지 바로 옆에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친근감을 느끼도록 내부는 ‘책이 많은 집 거실’처럼 꾸몄다.



 지금은 ‘어린이도서관협의회’까지 만들어 서로 운영 개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새로 도서관을 내려는 어머니들에게 상담을 해준다. 박씨는 “어머니·주민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마을청소년도서관’을 만드는 것도 추진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