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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학생 2000명 무료 초대 … “그들의 마음이 쿵~ 했으면”

중앙일보 2015.05.11 00:42 종합 25면 지면보기
후배들을 위해 무료 공연을 여는 조수미는 “사명감으로 사는 ‘선교사 연령’에 접어들었다”며 “노래 잘 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뭔가를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묵직해졌다”고 말했다. [사진 SMI]


공연장에는 ‘로비 청중’도 있다. 공연장 밖 로비에서 모니터로 음악회를 지켜보는 관객이다. 간혹 지각을 해서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음악을 듣고 싶은데 티켓을 구입하지 못해 안으로도 못 들어간 이들도 있다. 주로 청소년·대학생들이다.

오늘 예술의전당서 성악 공연
가곡·아리아 등 17곡 들려줘
“공연 많이 봐야 꿈도 자라”



 소프라노 조수미(53)가 이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인다. 11일 오후 6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2000명을 초대했다. 음악가를 꿈꾸는 고등학생·대학생들이다. 우선 전국의 예술고등학교, 음악대학 총 42곳에서 1400명을 초청했다. 나머지는 어려운 학생들을 불렀다. 지역아동센터의 추천을 받아 음악에 관심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불렀다. 시각장애인 음악전공학생,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초대했다.



 이렇게 채운 2000석은 모두 무료다. 조수미도 노 개런티로 출연한다. 준비한 프로그램은 웬만한 독창회 수준이다. 이탈리아·독일 가곡부터 오페라 아리아까지 총 17곡을 준비했다.



 ◆“학생들이 노래 실컷 듣길”=고등학생·대학생만 초청한 이유가 있다.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할 학생들이 정작 공연을 못 보기 때문”이다. 중국 광저우에서 공연 중이던 7일 조수미는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공연을 할 때마다 청소년들에게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 티켓은 빨리 매진되고, 그외 다른 티켓은 학생들이 구입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또 한국 학생들은 너무 바빠서 제대로 공연을 볼 기회도 없더라. 공연을 많이 봐야 꿈도 자란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지방 공연을 할 때마다 학생 입석을 제안해왔다. 학생들이 서서 보더라도 싼 가격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었다. 조수미는 “외국에서는 흔한 제도인데, 국내에서는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었다”며 “안전 문제, 다른 관객 방해 등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아예 예술의전당을 빌려 학생들을 초대하게 된 배경이다.



 ◆“한 곡이 한 인생 바꾼다”=조수미의 인생 또한 한 선배 성악가의 공연으로 바뀌었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이었다.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1926~2010)의 독창회가 열린 날 고교생이던 조수미가 객석에 있었다. “예고를 다니고는 있었지만 사춘기였기 때문에 관심은 다른 곳에 전부 흩어져 있었다.(웃음) 그런데 서덜랜드의 노래를 듣고 ‘내 자리가 저기, 바로 무대 위’라는 생각과 충격을 받았다.” 인간의 목소리와 숨소리까지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로마로 유학을 떠나서도 수많은 공연을 찾아다녔다. 전설적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82)와 호세 카레라스(69)의 오페라 등에 학생 티켓 가격으로 들어갔다. “무대 위의 단 한 곡이 사람의 인생을 흔들 수 있다. 내 인생도 그렇게 흔들렸다”고 했다. 후배들을 위한 이번 무대 또한 누군가의 마음에 쿵 하는 소리를 냈으면 한다. “왜 음악가가 되려고 하는지, 어떻게 하는 건지, 내 노래를 듣고 영감을 얻었으면 한다.”



 내년이면 데뷔 30년이다.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리골레토’ 질다 역으로 데뷔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신이 내린 목소리’라 극찬한 다큐멘터리 이후 세계 음악계의 스타가 됐다. 조수미는 “꿈 같은 30년이었다”며 “그러나 다시 태어나면 성악가 안 할 거다.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야 하는 연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습해야 하는 생활, 언제나 여행가방을 들고 흘러다니는 삶 때문이다. 조수미는 “30년 전 나는 동양인으로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증명해야 살아남았다. 후배들은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편하게 이 길을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11일 부를 노래에 담긴 메시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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