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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양발 ‘스푸트니크의 순간’ 다가오나

중앙일보 2015.05.11 00:06 종합 34면 지면보기
북한이 9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탄도탄이 해수면을 뚫고 하늘로 솟구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제1위원장은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발사하게 된 것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 못지않은 경이적인 성과”라며 “전략잠수함 탄도탄이 생산에 들어가고 가까운 시일 내 실전배치되면 적대세력들의 뒷잔등에 시한폭탄을 매달아 놓는 것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 위협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에 일부 과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SLBM 개발의 막바지 단계인 수중 사출(射出) 시험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소련의 골프급 잠수함을 역설계해 2000t급 전략잠수함을 건조하고, 지난해 중순부터 지상과 해상에서 사출 시험을 진행해 왔다. 그로부터 1년도 안 돼 잠수함에 설치된 수직발사관을 통해 모의 탄도탄을 물 밖으로 사출시키는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1~2년 내에 SLBM의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적진 깊이 침투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SLBM은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ICBM)이나 항공기에 실린 탄도미사일(ALBM)과 달리 탐지나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SLBM의 보유가 핵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핵 보복 능력의 구비와 같은 뜻으로 이해되는 까닭이다. 북한이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에 이어 여섯 번째 SLBM 보유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면 북한에 대한 선제적 핵 공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북한의 SLBM 보유는 북한 핵문제의 양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북한의 SLBM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나아가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와 핵우산에 의존하는 우리의 대응전략은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2020년대 중반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체인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지상 발사 미사일을 겨냥한 이들 시스템으로는 북한의 SLBM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전략잠수함이나 이지스함 전력 강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SLBM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SLBM 전력화는 북한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근본적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스푸트니크의 순간’이 될 것이다. 한·미·일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똑같이 고민해야 할 국제사회의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SLBM 문제를 발등의 불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 출발점은 한·미·일의 긴밀한 정보 공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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