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투자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5.05.11 00:04 종합 34면 지면보기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 나선경제무역지대(나선특구)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의류봉제공장은 밤 12시까지 불을 켜놓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일한 만큼 월급을 받아 가려고 그때까지 집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의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드문 일이다. 이 공장을 6년째 운영하는 장리(張力)는 “여성 근로자들이 공장에 손님이 찾아오더라도 쳐다보지도 않아요. 과거에는 낯선 사람이 오면 힐끔힐끔 쳐다보던데 요즘은 돈을 벌 생각에 일만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러시아·미국·싱가포르 기업인들이 나선특구에 투자하면서 변해 가는 모습 가운데 하나다. 장은 “북한 사람들이 ‘돈·돈·돈’ 하며 돈의 맛을 알아가지만 저변에는 아직 사회주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며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인정하며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2012년에 15만 달러어치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째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1960년대 일본 제품을 선호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북한에서 어떻게 당장 돈을 벌겠어요. 10~20년 뒤에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죠. 저는 북한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투자해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하는 이유다.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 얘기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나선특구에 중국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고 있다. 중국 훈춘~북한 나진항 고속도로(56㎞)가 2012년에 개통된 이후부터다. 특히 중국 사람들 가운데 ‘대방’이라 불리는 상인들이 나선특구의 장마당을 움직이는 ‘큰손’ 이 됐다. 장마당은 한국의 시장에 해당되는 것으로 북한 시장경제의 실험무대다. 돈과 물품을 소유한 중국 대방들은 북한 사람들과 직접적인 상행위에 제한이 있어 북한 사람들을 고용해 장마당에서 매대를 열고 상행위를 한다. 북한 사람들은 아직 돈이 없어 중국 대방들에게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이익이 중국으로 나간다.

 지난주 남북한 사이엔 화해·긴장 무드가 동시에 조성됐다. 남북한은 지난 7일 6·15 공동선언 15주년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번 행사가 성사된다면 2008년 6월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그 다음날 북한은 ‘비상특별경고’를 통해 서북도서 해안에서 무력도발 위협을 했다. 그리고 지난 9일 동해상에서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남북한이 화해 무드로 가려고 하면 어김없이 훼방꾼이 따라온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에 시샘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담대하게 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북한에 다가갔기 때문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