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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닦는 수세미, 호흡기 염증 없애는 ‘천연 항생제’

중앙일보 2015.05.11 00:03 부동산 및 광고특집 7면 지면보기
수세미는 고대부터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데 사용돼 왔다. 항산화·항염 효과가 큰 쿠마르산 성분이 홍삼의 34배에 달한다.



수세미 즙, 항염·항산화 성분 다량 함유

봄철이면 기승을 부리는 황사·미세먼지·꽃가루. 대기 속을 떠다니며 기관지염과 각종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특히 미세먼지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심혈관질환 사망률과 영아 사망률을 높인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흡기 건강지킴이로 각광받고 있는 열매가 있다. 바로 수세미다. 특유의 성분이 지닌 항산화·항염작용으로 각종 호흡기질환을 예방한다. 예로부터 수세미가 ‘천연 항생제’로 불리는 이유다.



고대 사막지역서 ‘하늘이 내려준 물’



지난 2월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당 1040㎍(100만 분의 1g·서울 기준)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당 80㎍을 넘으면 ‘나쁨’, 150㎍을 초과하면 ‘매우 나쁨’의 대기오염 상태다. ㎥당 미세먼지가 10㎍ 늘어날 때마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입원은 약 9% 느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5월은 월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연중 가장 높은 달이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박선옥(54·여)씨. 그는 요즘 기관지 걱정 없이 산다. 원래 그녀는 기관지가 매우 약했다. 황사가 있는 날은 외출을 꺼릴 정도였다.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기관지염과 인후염이 심해졌다. 박씨는 문득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줬던 처방이 떠올랐다. 목이 칼칼하거나 기침이 날 때면 수세미 끓인 물, 수세미 가루와 즙을 챙겨줬던 것. 담배를 많이 피웠던 아버지의 기관지 건강을 위해 어머니가 강구한 방법이다. 박씨는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려 밥이나 반찬에 수세미즙을 조금 넣거나 수세미 가루를 섞어 반죽을 해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목 상태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수세미를 호흡기 건강을 위해 사용해 온 역사는 깊다. 수세미를 설거지로 활용할 때 쓰는 주방용품 정도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열매 속 섬유 특유의 거친 표면 특성 때문에 그릇을 닦는 데 사용됐지만 사실 이전부터 약용으로 재배됐다. 특유의 찬 성질과 항산화·항염작용을 하는 성분 때문이다.



수세미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효능은 동서양을 막론한다. 무려 1만년 전부터 기록이 전해진다.



수세미는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중동지역에서 재배됐다. 중동지역은 중국·북아프리카와 함께 가장 위험한 미세먼지로 알려진 PM2.5(지름 2.5μm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지역이다. 중동 사막지역에서 미세먼지와 모래로부터 코와 목을 지키는 도구로 애용됐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하늘이 내려준 물’이라고 불리면서 파라오가 즐기던 귀한 식물로 유명하다. 중국 명나라 의서인 본초강목에도 수세미는 ‘천라수(天羅水)’로 명시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미세먼지 발생 지역과 고대 수세미 재배 지역이 일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산화 물질 쿠마르산, 홍삼의 34배



한의학에서도 수세미는 성질이 차서 기관지의 열을 내리고 담을 삭히는 ‘청열화담(淸熱化痰)’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천식·비염·축농증 등의 질환에 수세미가 처방됐다. 동의보감에는 목과 코를 위해 수세미를 달여 마시거나 가루·즙으로 매일 먹으라고 명시돼 있다. 수세미 효능은 식이섬유·사포닌·비타민(12종)·미네랄과 폴라보노이드·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물질 덕분이다.



특히 쿠마르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항염·항산화 효과가 크다. 쿠마르산은 프로폴리스의 주요 물질 중 하나로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성질을 갖는다. 생수세미에 들어있는 쿠마르산 함량은 ㎏당 20.16㎎. 도라지(0.465㎎/㎏)의 43배에 달한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즐겨 먹는 홍삼(0.59㎎/㎏)보다도 함유량이 34배 많다. 이런 성질 때문에 수세미는 호흡기질환 예방 및 감염 억제, 만성기관지염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 수세미는 알레르기와 호흡기 염증작용 완화 효과로 비강 스프레이의 원료로 사용된다.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미니 인터뷰] 가천대 약학과 김선여 교수



“외국엔 수세미 성분 든

비강 스프레이 많아”




수세미는 역사로 검증된 약용식물이다. 하지만 막상 먹기가 쉽지 않다. 약학전문가 김선여 교수에게 수세미의 효능과 복용법에 대해 들었다.



Q. 기관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A. 기관지 경련과 수축, 숨을 색색거리면서 쉬는 증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유럽·호주를 비롯한 외국에서 수세미가 함유된 비강 스프레이가 많다. 영국에는 먹는 제제도 나와 있다. 이들 약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Q. 효과를 알아도 먹기는 쉽지 않은데.



A. 문헌에 맛이 달다고 돼 있지만 약간 비릴 수 있다. 카레로 요리에 넣어서 먹거나 배즙과 함께 먹으면 거부감을 덜 수 있다. 장기간 먹는 것보다는 환절기에 2~3주씩 먹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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