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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불모지에 인술 30년 … 110만 주민 '생명 지킴이'로 우뚝

중앙일보 2015.05.11 00:03 부동산 및 광고특집 6면 지면보기
고대안산병원은 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료 취약계층의 진료에 힘써 왔다. 사진은 이 병원에서 태어난 김정현군과 보호자, 의료진의 모습.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지역 거점 병원을 가다
고려대 안산병원

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가 예술혼을 떨쳤던 ‘단원의 도시’, 반월·시화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서해안의 대표 공업도시’, 그리고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여러 생명을 떠나보냈던 ‘아픔의 도시’. 이곳은 다양한 문화와 기억, 상처가 공존하는 경기도 안산이다. 이 지역에서 지난 30년간 지역민의 크고 작은 아픔을 보살피며 ‘인간 중심의 참병원’을 추구해 온 의료기관이 있다. 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고대안산병원이다.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민과의 상생을 추구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했고 발전했다. 의료 불모지에서 의술과 인술을 펼치며 안산은 물론 경기도 서남부 지역의 명실상부한 거점 병원으로 우뚝 선 고대안산병원을 소개한다.



안산·시흥 유일한 상급종합병원



서울 중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 안산은 지역색이 강한 곳 중 하나다. 반월·시화산업단지가 위치한 대규모 공업도시로 공단 근로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지역민의 상당수다. 서해와 육지가 맞닿아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고대안산병원 차상훈 병원장은 “병원 왼쪽이 고잔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지역 자체가 서해 갯벌을 메워 만든 곳”이라며 “병원이 들어설 때만 해도 안산은 인구 10만 명 규모의 작은 미개발 도시였다”고 회상했다.



농업지대와 갯벌이 공존하는 농어촌 복합지역이자 노동자가 밀집한 공단 배후도시. 1985년 5월 고대안산병원이 들어설 당시 안산은 변변한 대형병원 하나 없는 의료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단순히 병원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불리한 입지적 조건이었다. 차 병원장은 “의료 취약계층에 진정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과 열정이 당시 병원 설립의 배경”이라며 “‘민족을 구한다’는 고대 건학이념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15개 진료과와 100병상의 작은 규모로 안산 시대를 연 고대안산병원은 지역의 발전과 더불어 급성장했다. 안산이 86년 시로 승격되면서 개원 당시 9만6000명이었던 지역 인구가 2년 새 16만 명, 현재는 90만 명으로 증가했다. 또 금정~안산 구간 전철이 개통되고 외곽순환도로·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는 ‘교통 요충지’로서 도시 성장이 이뤄졌다.



그만큼 지역의 의료 수요는 나날이 많아졌다. 100병상으로는 어림없었다. 87년 150병상, 이듬해엔 300병상으로 규모를 늘렸고, 2012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서 830병상을 갖춘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차 병원장은 “110만 명에 육박하는 안산·시흥 지역민의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병원 역시 단계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여타 대형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해 병원을 증축했다면 고대안산병원은 지역의 요구에 의해 외연이 확장된 셈이다.



세월호 참사 때 주민 신뢰 더 얻어



진료 분야 역시 지역 특색에 맞게 특화됐다. 공단 밀집지역인 탓에 산업재해와 응급·교통사고가 빈번했다. 고대안산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재활의학·응급의학이 두각을 나타낸 이유다. 차 병원장은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특히 직업환경의학과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산업재해를 경험하거나 각종 직업병·유해인자에 노출된 근로자의 건강을 책임져 왔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 발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병민 진료부원장은 “공업지대이다 보니 일자리를 찾아온 젊은 근로자 부부가 많아 타 지역보다 산부인과·소아과 수요가 매우 많은 편”이라며 “2011년에는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가 들어서면서 고위험 산모의 신생아 관리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사회에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병상 가동률이 평균 90% 이상이라는 게 최 진료부원장의 설명이다.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의 면모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빛을 발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단원고등학교와 고대안산병원은 불과 15분 남짓한 거리. 사건 직후 병원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급작스러운 사태에 의료진이 허둥대거나 지체하는 일이 없도록 몇 차례의 가상 모의연습을 마쳤다. 차 병원장은 “환자 도착 시 경증·중증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생존 학생의 진료는 어느 과에서 어떤 의료진이 담당할 것인지 모든 절차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시한 건 환자였다. 국가적 재난의 생존자를 향해 온 세간의 관심이 쏠린 터였다. 병원 측은 환자와 언론의 접촉을 전면 차단했다. 차 병원장은 “정부 고위층이 방문하더라도 생존자 병문안은 금지했다”며 “욕을 먹더라도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무조건 배제시킨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지역민의 신뢰로 이어졌다. 최 진료부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실종자와 유가족은 안산병원의 이웃이자 가족”이라며 “큰 아픔을 함께 겪고 극복해 가면서 병원에 대한 지역민의 신뢰가 한층 두터워졌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초대형 국가 재난 상황에서 병원의 역량을 집중해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한 공로는 나라에서도 인정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제10회 전국응급의료전진대회에서 복지부 장관 최고상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4 대한민국 보건의료대상’ 받아



지난 30년, 지역민과 함께 지역민을 위한 병원을 꾸려 온 고대안산병원은 이제 지역을 넘어 서울 대형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진료 수준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항암치료전문병동과 뇌혈관·뇌졸중 집중치료실을 개소하는 등 ‘질환별 전문센터화’를 진행하고 있다. 심각한 중증 환자까지 전담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최첨단 암치료기를 도입하며 질 높은 항암치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차 병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장비·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진단부터 검사·치료·재활까지 ‘원스톱 서비스’와 환자별 맞춤형 ‘다학제 통합진료’ 등 암환자 집중·통합치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병원 외래 공간도 재배치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진료공간’을 마련해 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편의성을 높였다.



이런 노력은 병원 평가에서 나타났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암 적정성 평가에서 대장암·유방암·폐암 분야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심뇌혈관질환센터 역시 2년 연속 1등급을 유지했다. 또 지난해 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인증의료기관(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 수준을 정부가 공인하는 제도)으로 2회 연속 인정받았고, ‘2014 대한민국 보건의료대상’을 수상해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차 병원장은 “경기도 서남부 지역민이 타 지역으로 원정진료를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의 끝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경아 기자 oh.kyeong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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