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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홈런보다 번트도 … 실리외교 하자”

중앙일보 2015.05.06 02:0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 대책 당정협의에선 외교부 장관과 새누리당 의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 외교가 위기라는 지적에 “과도한 비판”이라는 윤병세 장관의 반박이 이어졌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외교 위기론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한국 외교 활로를 찾아서] 국내외 전문가 31명 - 국민 1000명 조사
전문가 68% “한국 외교 위기”
“대통령의 눈치 보고 명분 집착”
절반이 “한·일 관계 가장 심각”

 중앙일보는 1~5일 전직 외교부 장차관과 교수 등 국내 외교 전문가 24명, 미·중·일의 전문가 7명 등 모두 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한국 외교가 ‘매우 심각한 위기다’를 10점, ‘전혀 위기가 아니다’를 0점으로 해 물었을 때 ‘위기’(6점 이상)라고 답한 전문가가 21명으로 전체의 67.7%에 달했다. 평균 점수는 5.8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과 전략에 대해 ‘수우미양가’ 척도로 다시 물은 결과 ‘수’는 한 명도 없었다. 우 7명, 미 13명, 양 9명, 가 2명의 순이었다. 상대 평가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점수는 낮았다.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5개국 정상 중에서 국익을 챙기는 실리외교를 가장 잘하는 지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을 꼽은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17명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택했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6명),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6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명) 순이었다. 설문에 응한 이화여대 박인휘(국제관계학) 교수는 “만루홈런으로만 이기는 게 아니라 안타도 치고 기습번트도 쳐야 이길 수 있다”며 “ 융통성을 발휘하는 실리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은 3~4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에게도 ‘외교 현안 여론조사’를 했다. 일반 국민도 위기라고 답한 응답자는 47.0%로 위기가 아니라는 응답(28.7%)을 훨씬 웃돌았다. 실리외교를 잘하는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33.8%가 시 주석을, 27.5%는 오바마 대통령을 택했다. 일반인 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17.1%로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아베 총리(15.2%), 푸틴 대통령(3.0%)의 순이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국정 수행 점수(100점 만점)는 59.2점으로 2월 조사 때(61.9점)보다 약간 떨어졌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집 전화(357명)와 휴대전화(643명)를 병행했고,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4.3%였다. 전문가 중 16명은 한·일 정상회담 불발 등 악화돼온 한·일 관계를 최대 위기로 꼽았다. 그 다음이 남북 관계(10명)를 꼽았다.



 위기나 잘못의 원인으로 전문가 31명 중 13명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외교안보 장관 및 대통령 참모들의 경직된 태도’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원칙·명분만 고수하고 유연성이 부족한 대통령’(8명)을 지적했다. 반면 같은 질문에 일반 국민은 ‘격변하는 국제정세 등 한국이 통제 불가능한 외부요인’(40.3%)을 주된 이유로 꼽았고, 이어 ‘대통령 눈치 보는 외교안보 장관 및 참모’(29.5%) 순이었다.



 한국 외교 위기론에 대해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의 기능과 역할이 거의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실무자까지를 포함해 전면적인 인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세정 팀장, 정용수·전수진·유지혜·안효성·왕웨이(인턴)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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