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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돌 충무로, 일제의 비극 정조준하다

중앙일보 2015.05.06 00:37 종합 25면 지면보기
1930년대 중국 상하이와 조선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그린 영화 ‘암살’(7월 말 개봉)에서 독립군 저격수 옥윤(전지현)이 목표물을 조준하고 있다. 최동훈 감독은 “조국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선택과 고뇌를 담았다”고 말했다. [사진 쇼박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1930년대 친일파 제거 특명
‘암살’서 전지현 저격수로 나와
‘대호’선 호랑이 잡는 포수 최민식
윤동주 삶 그린 ‘동주’등 잇따라
최근 인기 끈 사극바람 계속될 듯



 1930년대 친일파 암살작전을 그린 ‘암살’(7월 말 개봉, 최동훈 감독)과 1920년대 마지막 남은 조선 호랑이를 잡는 포수 이야기를 다룬 ‘대호’(12월 개봉, 박훈정 감독) 등 올해 최고 화제작 두 편이 모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호’(위)의 포수 만덕(최민식)은 일제의 지시에 의해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잡으러 나선다. ‘동주’(아래)는 고통받는 조국의 현실에 가슴 아파했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윤동주의 삶을 담았다.
 이뿐만 아니다. 스물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윤동주의 삶을 그린 ‘동주’(하반기 개봉, 이준익 감독)는 최근 촬영을 마쳤고, 1940년대 기생양성소 권번에서 함께 성장한 두 기생의 삶과 노래를 소재로 한 ‘해어화’(박흥식 감독)와 일본인 귀족과 조선인 하녀의 얘기를 그린 스릴러 ‘아가씨’(박찬욱 감독)도 곧 촬영에 들어간다. 6월 중순 개봉하는 미스터리물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해영 감독)은 1938년 경성 근교의 기숙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이밖에 항일 무장단체 의열단을 소재로 한 ‘밀정’(김지운 감독),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끈 독립군이 일본군을 무찌른 전투를 그린 ‘봉오동 전투’(김한민 감독),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하얼빈’(양윤호 감독) 등도 준비 단계에 있다.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혜옹주의 비운의 삶을 다룬 ‘덕혜옹주’(허진호 감독)도 곧 제작에 들어간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역린’ 등 조선시대 사극에 빠져 있던 충무로가 일제시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스타배우와 흥행감독, 막대한 자본 등의 패키지로 사극에서 재미를 본 영화계가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 위해 일제시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시기를 다뤘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모던 보이’ ‘원스 어폰 어 타임’(2008) 등의 영화에 비해 훨씬 상업적이고 장르적인 기획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밀정’을 준비 중인 위더스 필름의 최재원 대표는 “요즘 만들어지고 있는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들이 같은 시대를 다룬 예전 영화들보다 배우와 감독, 자본 등의 구성요소가 훨씬 좋아졌다”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도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조합을 전제로 이 영화의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암살’과 ‘대호’의 경우 각각 180억원, 1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하정우·전지현·이정재(암살), 최민식(대호) 등 최고 흥행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일제시대가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격변기였기에 영화에서 다룰 만한 소재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해어화’의 박흥식 감독은 “일제강점기를 살던 개인들은 혼재된 문화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기에 영화로 다룰 소재가 많다”며 “영화에 등장하는 강제징집과 위안부 강제동원 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시대의 아픔이란 점에서 공감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가 시각적 관점에서 매력적이라 보는 이들도 많다. 그 시절이 민족적 시각에서는 매일 울화가 치미는 굴욕의 연속이었지만, 일제가 이식한 근대문명으로 인해 도심에 전철이 다니고, 중절모를 쓴 신사가 거리를 활보하는 등 공간의 비주얼 자체는 낭만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1930년대는 죄책감과 콤플렉스·트라우마 등 여러 정서가 지배하던 시대이기에 아련하고 아픈 감정이 묻어나는 미장센(화면구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김형석씨는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한 ‘명량’이 지난해 엄청난 흥행을 했듯, 일본의 아베 정권이 우경화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제강점기 독립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반일(反日) 정서를 건드리며, 또 다시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CK9pxabm9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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