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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자들이 세대 간 불평등 지적하자 “맞다, 잘 보셨다”

중앙일보 2015.05.05 01:37 종합 2면 지면보기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체제 마지막 주례회동이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오는 7일 임기를 마치는 우 원내대표가 그간의 소회를 밝히는 동안 유 원내대표가 격려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 유 원내대표, 우 원내대표,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김경빈 기자]


허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요일인 3일 여의도 국회 본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 새정치연합 공무원연금 개혁특위 위원들이 기자들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국가적 난제를 대화로 풀어낸 최초의 사례”(강기정 의원)라는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간담회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30대 초반들이 많았다.

강기정 “대화로 난제 풀어” 자찬
야당 의원들, 취재진 질문엔 딴청
개혁 때마다 젊은 세대 희생양
‘아픈 청춘’ 위로는커녕 폭탄 안겨



 ▶기자=“젊은 세대 입장에선 합의안이 공무원 조직 내에 세대 간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대 김연명 교수=“새삥(새 것, 신입이라는 뜻의 속어)에게 독박을 씌운다는 건데…. (기존 공무원들로선) ‘야, 그럼 (우리는 연금 보험료) 더 올리고, 연금은 깎여. 이것저것 다 내주고 속옷까지 내놓으라는 얘기냐’는 말이 나왔다.”



 ▶기자=“발표된 내용으로 봐서는 젊은 세대 이야기는 묵살된 것 아닌가.”



 ▶김 교수=“맞다. 잘 보셨다. 나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지금 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야당 추천 몫으로 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한 김 교수가 항변하는 사이 정작 야당 의원들은 딴청을 피우며 취재진의 질문을 피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홍종학 의원만이 “노인들이 빈곤한데, 자살하는데 내버려둘 건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노인한테 써야 하는 당위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둘러댔다.



 개혁안이라고 내놓은 합의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의원들이 왜 이런 모습을 보였을까 금세 수긍이 간다. 개혁안에 따르면 현재 20년 근무한 공무원의 연금 수익비(수급액 총액을 보험료 총액으로 나눈 비율)는 2.35~2.47에 달한다. 반면 내년에 새로 들어올 공무원의 연금 수익비는 1.42~1.6에 불과하다. 개혁안 시행에 여러 단계를 두면서 ‘기성세대 공무원’들로선 별 손해 보는 게 없다. 반면 ‘청년세대’는 개혁안의 직격탄을 맞게 돼 받는 혜택이 쪼그라든다. 현재 월급 300만원을 받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수익비(1.5)와 별 차이가 없다. “더 내고 덜 받는다”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대상이 공무원들 중에서도 신참들에게 집중된 셈이다.



 국민연금도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기는 마찬가지다.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덜컥 합의했다.



 새정치연합은 “보험료를 1%포인트만 올려도 연금 고갈 시기는 그대로 2060년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갈이 된 다음에는 보험료를 거둔 만큼 연금으로 지출하면 된다는 논리다.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은 30년이 안 돼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앞으로 45년 뒤의 일을 누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통일 같은 큰 변수는 없을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기성세대에겐 돈을 더 얹어줘 곳간을 다 비워놓은 뒤, 미래세대에게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과연 옳은 일인가.



 문제는 후대로 고통 떠넘기기가 정치권의 고질병이란 점이다. 개혁 때마다 투표율이 낮은, 사회적 힘이 모자란 젊은 세대가 희생양이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09년 미완에 그친 공무원연금 개혁 때도 그랬다. 2009년 공공기관 임금 삭감 때는 ‘일자리 나누기 ’를 명분으로 기존 직원의 임금은 그대로 둔 채 신입 직원의 임금만 30% 깎았지만 실제 일자리는 별로 늘지 않았다.



 요즘 삼포(三抛, 연애·결혼·출산의 세 가지를 포기하는 것), 오포를 넘어 ‘칠포 세대’(연애·결혼·출산·내 집·인간관계·꿈·희망)란 말이 번지고 있다. 청년층이 일자리는 잡기 어려운데 집값은 비싸고, 그러다 보니 결혼을 못하는 악순환이 생겨서다. 정치가 ‘아픈 청춘’에게 위로는 못할망정 폭탄을 안기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허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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