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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산골 60세, 모니터 진료 … “읍내 안 가 편해요”

중앙일보 2015.05.04 01: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달 30일 강원도 홍천군 동면 개운리 보건진료소에서 고혈압 환자 김영숙씨(맨 오른쪽)가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김용빈 공중보건의(화면 속 오른쪽)의 진료를 받고 있다. 노심순 진료소장(오른쪽 둘째)이 환자 김씨 의 혈압·혈액을 검사한 뒤 결과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김 공보의가 상담하고 약을 처방한다. [오종택 기자]


“선생님, 혈압 때문인가 요즘 왜 이리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지 모르겠네요.”

고혈압·당뇨 시범사업 하반기 확대
혈압·혈당 재 PC·스마트폰 전송
의사와 화상으로 상담하고 처방
의협은 “대형병원만 득 볼 우려”



지난달 30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동면 개운리 보건진료소를 찾은 김영숙(60ㆍ여)씨가 인사말 대신 통증을 호소했다. 김씨는 10여 년째 고혈압을 앓고 있다. 산골마을 보건진료소 소장인 노심순(52ㆍ여) 간호사가 먼저 김씨의 혈압과 체온을 쟀다. 피를 뽑아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도 확인했다. 혈압은 120~80,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 범위(146 mg/d)였다. 노 소장은 컴퓨터에 수치를 입력한 뒤 원격진료 시스템에 접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료소 한가운데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얼굴 좋아지셨네요.”



의사 가운을 입은 그는 홍천군 동면보건지소에 있는 김용빈 공중보건의였다. 그는 전송된 김씨의 검사 결과를 보며 말했다.



“혈압 수치랑 혈액 검사 결과가 좋네요. 관리를 잘하셨어요. 어지럽거나 식은땀 나는 증상은 없으세요?”



환자 김씨는 “네, 그런 건 없는데 요새 무릎이랑 손마디가 쑤시고 아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공보의는 “혈압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약은 그대로 처방해 드릴 거고요. 농번기라 바쁘시겠지만 다음주에 보건지소로 와서 진찰받아 보세요”라고 했다.



진찰을 마친 김씨는 “예전엔 의사 선생님 만나려면 한 시간 거리의 읍내까지 가야 해서 병원 가기를 미루다가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기 일쑤였다”면서 “요즘엔 혈압도 잘 잡히고 정말 편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러한 시골 마을에서의 원격의료는 2009년 도입됐다. 전국 30여 곳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원격의료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장에선 호응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진의 위험성이 있고 환자들이 원격의료를 통해 동네 병원 대신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도서ㆍ산간 주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반론을 편다. 그럼에도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확대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환자들에게 그만큼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에 사는 주원락(65)씨는 11년째 당뇨병과 고혈압ㆍ고지혈증을 앓고 있다. 고추 농사를 짓느라 정신없이 바쁜 데다 집 근처에 병원이 없어 의사를 만나기 쉽지 않다 보니 병 관리가 잘 안 됐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영양군 보건소에서 하는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스마트폰과 혈압ㆍ혈당 측정기를 지급받았다. 집에서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 뒤 스마트폰 원격모니터링 앱을 실행시키면 측정된 수치가 영남대병원으로 전송된다. 이상이 있으면 의사가 영상통화를 걸어와 상담을 해준다. 약을 잘 챙겨 먹는지,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체크한다. 집에서 매일 두 번씩 주치의의 상담을 받는 셈이다. 병원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직접 가 진료를 받는다. 주씨는 “모니터링 받은 뒤론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원격의료의 이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료 취약지에 사는 만성질환자의 경우는 원격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부과나 정신과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상 질환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만성질환 원격관리센터장인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안무업 교수는 “원격의료는 꾸준하고 세심한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자에게 효과적”이라며 “원격의료의 대상과 조건을 명확하게 정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원격의료 모델을 해외에 수출할 길도 모색 중이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에서 다양한 원격의료 양해각서(MOU)가 맺어졌다. 페루에선 가천길병원과 카예타노 헤레디아 병원 간 원격의료 MOU가 체결됐고, 브라질은 스마트병원선(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춘 특수 선박) 기술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칠레 보건부와도 보건의료협력 MOU를 맺고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을 중점적으로 돕기로 했다.



홍천=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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