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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하버드 방문" SNS … 다국적 시위 이끌었다

중앙일보 2015.04.30 00:42 종합 27면 지면보기
27일(현지시간) 오전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정문 앞에서 최미도 학생이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 JTBC 안정규 기자]
28일(현지시간) 오전 8시30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강연이 예정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문 앞. ‘위안부 피해자에게 정의를’ ‘역사는 다시 쓰여질 수 없다’ 등의 피켓을 든 하버드대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학생 수는 순식간에 100여 명으로 불어났다. 미국·중국·일본·인도네시아 등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다양한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외롭게 침묵시위를 하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섰다. 아베 총리는 이 할머니와 시위대를 피해 정문 대신 다른 출입구로 행사장에 입장했다.


하버드대 한인학생회장 최미도씨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증언에 눈물
미국·중국 학생 등 피켓 들고 모여
"사과 없는 일본" 100여 명 시위

 이날 시위를 주도한 이는 하버드대 한인학생회장인 최미도(21·사회학과 2학년)씨와 한국계 미국인 클라우딘 조(22·사회학과 4학년)씨. 두 사람은 사회운동과 관련된 수업에서 아베 총리가 방미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다. “순간적으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클라우딘 언니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의기투합한 둘은 시위 준비에 착수했다. 하버드대의 각종 학생단체와 접촉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하버드 캠퍼스에 위안부 이슈를 알려나갔다. 아베의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하루 전 보스턴을 찾은 이용수 할머니와 하버드 학생들의 ‘대화의 시간’도 마련했다.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로 살아야 했던 이 할머니의 참담한 이야기를 들으며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 할머니와의 만남은 학생들이 다음날 시위에 참가하겠다는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최씨는 e메일 등을 통해 “당신의 (시위) 30분이 아주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꼭 나와달라”고 시위 동참을 독려했다. 학생들과 함께 당일 행사장에서 아베에 던질 질문도 준비했다. 질문은 경제학과 최민우(20)씨가 맡게 됐다. 그러나 아베는 일본 정부가 2차 대전 중 수많은 여성을 강제로 성노예로 만드는 데 개입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아베 총리의 답변에 너무 화가 났어요.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라고 말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거잖아요.”



 최씨는 “위안부 문제는 정말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할머니, 동생일 수 있는 가까운 분에게 일어난 일”이라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원외고를 졸업한 뒤 하버드에 입학했다. 대원외고 시절 캄보디아와 네팔 초등학생들에게 도서관을 지어주는 동아리(와프·WHAF)를 만들어 활동했다. 최씨는 “구조적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일, 여성과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스턴=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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