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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쓸어버릴게요, 다시 뭉친 컬스데이

중앙일보 2015.04.30 00:38 종합 28면 지면보기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여자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선수들은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28일 태릉선수촌 컬링장에서 브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국가대표팀 김은지와 염윤정·김지선·이슬비·엄민지·설예은(왼쪽부터). [김상선 기자]


지난해 2월 소치 겨울올림픽. 뜻밖에도 여자 컬링팀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 대표팀은 3승6패로 10개 참가국 가운데 8위에 올랐다. 맏언니 신미성(37)을 비롯, 김지선(28)·이슬비(27)·김은지(25)·엄민지(24) 등 5명의 경기도청 컬링팀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걸그룹에 빗대 ‘컬스데이(컬링+걸스데이)’로 불리며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소치서 선전, 국민 관심 받았지만
코치 성추행 파문으로 해체 위기
김지선 출산 뒤 복귀 팀 재정비
9전 전승으로 1년 만에 태극마크
새댁 된 이슬비 “반드시 메달 딸 것”



 소치 올림픽 이후 해체 위기를 맞았던 컬스데이가 돌아왔다.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은 지난 20일 끝난 2015~16시즌 컬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컬링은 매 시즌 선발전을 통해 한 팀 전체를 국가대표로 뽑는다. 경기도청 팀은 신미성이 은퇴한 자리에 성신여대 출신 염윤정(27)과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신예 설예은(19)이 가세했다.



 소치 올림픽 이전까지 컬링은 국내 팬들에게 낯선 종목이었다. 컬링은 빙판 위에서 스톤(돌)을 던져 브룸(솔)으로 빙면을 닦아 하우스(동그란 표적) 중앙에 가깝게 붙이기 위해 상대와 경쟁하는 경기다.



 선수들이 브룸을 들고 다니다 유리창 청소부로 오인을 받을 만큼 한국은 철저한 컬링 불모지였다. 그러나 소치 올림픽의 선전으로 컬링의 인기는 크게 올라갔다. 당시 선수들은 실수를 해도 서로를 격려하며 “언니 괜찮아요”를 외쳤고, 이 말은 유행어가 됐다. 지난해 3월엔 캐나다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직후 코치의 폭언과 성추행 파문으로 경기도청 팀은 위기를 맞았다. 결국 코치가 영구제명되는 파동을 겪은 뒤에야 이들은 빙판에 복귀했다. 지난해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포기했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경기도청 선수들은 대표 선발전 9전 전승으로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경기도청은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이슬비는 고교 컬링부 해체 후 유치원 보조교사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김지선은 중국 유학 중 눈칫밥을 먹으며 컬링을 배웠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김은지는 부상을 당한 뒤 컬링으로 전향한 경우다.



 1년새 많은 것이 달라졌다. 김지선은 아이를 낳은 뒤 복귀했다. 그의 남편(쉬샤오밍)은 중국 컬링대표 출신이다. ‘소치 여신’으로 불렸던 이슬비는 직장인과 결혼했다. 이슬비는 “올해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하루에 8시간 이상 빙판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 태릉선수촌 컬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얍’ ‘헐’ ‘워’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신동호(38) 코치는 “얍은 스위핑을 시작하라는 신호고, 헐은 빨리 닦으라는 허리(hurry)의 줄임말이다. 워는 말을 세울 때처럼 빗자루질을 멈추라는 뜻이다. 야구 투수와 포수처럼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코치는 또 “6명 중 4명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지만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친자매처럼 지낸다”고 덧붙였다.



 컬링은 2018년 평창올림픽 메달 기대 종목이다. 이슬비는 “2012년과 2014년 세계선수권 4강에 올랐다. 컬링 종주국 스코틀랜드, 소치 올림픽 우승팀 캐나다와 3번 붙으면 2번 정도 지고, 1번 이길 정도의 실력이다. 앞으론 1번 지고, 2번 이기겠다. 소치의 환희는 잊고, 홈 링크인 평창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말했다. 김지선은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2004년 올림픽에서 비인기 종목 설움을 딛고 은메달을 따는 걸 봤다. 이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팀원들과 같이 봤다. 우리도 ‘빙판 위의 우생순’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글=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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