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위안의 비정상의 눈] 자녀에게 험한 길 권유 … 벨기에 교육에 반하다

중앙일보 2015.04.30 00:33 종합 32면 지면보기
장위안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내가 출연하는 ‘비정상회담’에서 벨기에 출신 줄리안이 가장 활발하고 말이 많다. 줄리안은 “보통 벨기에인은 나와 비슷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렇다면 벨기에는 ‘소음 천국’이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지에 가보니 실제로 그랬다. 브뤼셀 광장에 갔을 때 수많은 사람이 카메라에 대고 크게 웃거나 인사하는 등 열정적으로 우리를 반겼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못하는 나는 유럽에 약간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브뤼셀 광장에서 있을 때만큼은 전혀 낯설지 않고 친근함을 느꼈다.



 광장에서 만난 노인은 우리가 와플을 먹을 때 광장의 역사와 음식의 특징을 설명해 줬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위해 현지 지식을 가르쳐 줬다. 바에서는 건장하고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자신이 산 감자튀김과 맥주를 화끈하게 권했다. 벨기에는 작은 유럽국가임에도 자신의 독특한 풍습을 통해 사회분위기·민족감정·문화전통 부문에서 유별난 개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벨기에가 세계 경제개방 국가 4위에 오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줄리안의 사고방식이 정말 벨기에와 유럽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지 항상 의심스러웠다. 줄리안의 사고나 삶의 방식은 진보적이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줄리안은 10대 때 벨기에를 떠나 한국에 왔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도, 취업을 위해서도, 학벌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냥’ 온 것이다. 중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줄리안이 한국에 있는 동안 적지 않는 아픔과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생활도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 내 자식이라면 이렇게 타지에 보내 놓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지만 줄리안의 부모님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분들이 줄리안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걱정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이 성인이 돼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험한 길을 걷게 했다. 줄리안도 기대에 부응했다. 스스로 노력해 지금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줄리안이 거둔 성공의 상당 부분은 그 부모님들의 대범한 교육 방식 덕분이 아닐까 싶다. 줄리안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과 안타까움, 그리고 아픔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줄리안과 나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대개 우리는 자녀를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온실에서만 자란 화초는 더 큰 햇빛을 보지 못하고 더 크게 자라나지 못할 것이다. 벨기에를 여행하고, 줄리안의 삶을 이해하면서 배우게 된 교훈이다.



장위안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