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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러니 '교육부 없는 게 낫다'는 말 나온다

중앙일보 2015.04.30 00:30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
참 그로테스크한 풍경이었다. 지난 27일 저녁 강원도 원주시의 한 스키 리조트에선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로 정장 차림의 두툼한 백팩 부대 10여 명이 오고 갔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위해 28일부터 3일간 163개 대학 면접 평가를 실시하는 교육부가 만들어 낸 진풍경이었다. 대학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학생 정원과 재정 지원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오가는 이들에게 말을 걸어도 기자라는 소리에 대부분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보안이 엄격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하지만 익명을 조건으로 거니 온갖 얘기가 쏟아졌다. 버스를 5시간 타고 올라왔다는 호남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을 가르쳐야 할 대학교수들이 평가에 수개월 매달리고 지금은 또 면접시험 치르러 리조트에 있는 것 자체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학교를 평가하겠다면서 기준이 되는 평가지표를 수차례 바꿨다”며 “그만큼 준비가 안 된 상태로 평가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초 대학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을 밝혔다. 2023년이면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정원보다 16만 명 적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대학 정원을 줄이는 등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진행 과정은 10년 앞을 내다본 계획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평가지표를 발표한 뒤 두 차례나 변경했다. 교육부와 함께 평가에 나서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도 고압적이었다. 수시로 바뀌는 지표에 대학이 궁금증을 표시하면 답은 1~2주 뒤 돌아왔고 그나마 통보된 답도 ‘지침대로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면접 평가 현장에선 불만이 더욱 심했다. 한 서울의 대학 관계자는 “화장실도 함부로 못 가게 통제하고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금속탐지기까지 들여와 몸수색을 했다”며 “학교를 대표해 온 교직원들을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대학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교육·연구 투자에 쓰기는커녕 사업자금 대출 담보로 쓰는 대학이 있다. 등록금으로 연명하는 곳도 허다하다. 그래서 교육부가 이를 바로잡겠다는 데 토를 달고 싶진 않다. 하지만 교육부의 역할은 개혁의 계기를 던져 주는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연구·국제화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대학을 하나의 잣대, 그것도 수시로 바뀌는 잣대로 강원도의 골프 리조트에 불러 평가하겠다는 교육부가 진정 대학 개혁을 이뤄 낼 수 있을까.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닌 듯싶다.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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