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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권력의 대중 동원력

중앙일보 2015.04.30 00:23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보균
대기자
대중 동원력은 절묘하다. 그것은 권력을 매력 있게 만든다. 소통과 공감의 지도력을 생산한다. 그 힘은 지지층의 충성도를 높인다. 그것은 과거 박근혜 정치의 특장(特長)이었다.



 옛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의 파괴력은 독특했다. 그 바탕은 대중 동원력이다. 그들은 사람을 몰고 다녔다. 시민들은 3김의 야망에 동참했다. 집단적 열망은 퍼졌다. 3김은 그것으로 정국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치도 그 위력을 과시했다. 박근혜는 그 역량을 연마했다.



 대중 동원력은 리더십의 극적 요소다. 그 역량 확보의 조건이 있다. 삶은 드라마여야 한다. 3김과 노무현의 역정은 그랬다. 박근혜의 삶도 파란이었다. 대통령의 딸, 부모의 비극적 죽음은 드라마적 감흥을 더했다. 박근혜 정치는 현장에 익숙했다. 사람이 많을수록 에너지가 발산됐다. 눈도장을 찍어 주는 일도 매끄러웠다. 그 일은 사소하면서 중요하다. 지지의 열정과 충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박근혜의 악수는 마주하는 눈과 일치했다.



 대중 동원력은 언어로 작동한다. 박근혜 화법은 압축미를 보였다. 2006년 지방선거 때 그는 테러를 당했다. 병상에서 그의 말은 “대전은요?”였다. 그 생략과 절제는 지지자들의 상상력을 격발시켰다. 거기에 동정심이 엮어졌다. 대중 동원력은 완성됐다. 박근혜는 대전 시장선거에서 역전승했다.



 대중 동원력은 성공한 미국 대통령들의 자질이다. 레이건은 그 묘미를 터득했다. 그는 언어와 홍보로 그 솜씨를 다듬었다. 대중 동원력은 미래와 열린 정치를 제공한다. 그는 그것을 활용해 정책 개혁의 추진력을 높였다. 레이건은 ‘위대한 의사 소통자 ’로 불렸다. 오바마는 대중 속으로 파고든다. 그는 국정의 실상을 공개하고 호소한다.



 박 대통령 통치 스타일은 이전과 다르다. 지금의 이미지는 닫혀 있고 과거 지향이다. 국민과 거리감, 불통의 평판은 계속된다. 박근혜 권력은 침체 상태다. 청와대는 박근혜 캐릭터의 장점을 잃었다. 대중 동원력은 뒤로 밀려났다. 그 자발적인 포기는 미스터리다.



 청와대 내면의 풍광은 복고적이다. 권력의 화법은 시와 산문의 융합이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말은 산문적 깨알이다. 예전에 간결, 응축된 말들도 사라졌다. 대통령 발언은 여백을 요구한다. 그것이 공직사회의 창의력을 키운다.



 청와대 구성원들은 세 부류다. 한 부류는 선거 승리의 공신 서열을 따진다. 지난해 문고리 인사개입 논란은 그 때문이다. 다른 부류는 관료적 참모들이다. 그들은 권력 문제에 의견을 내지 않는다. 셋째는 검찰 출신들로 청와대의 주류였다. 이전 청와대 비서실장(김기춘)과 국무총리(정홍원)도 검사 출신이다. 그들에게 대중 동원력은 낯설다. 그 힘과 권력 운용의 관계에 둔감하다. 그들은 사정(司正) 권한에 익숙하다. 검찰 세계는 단선과 직설이다. 세상은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었다. 권력은 은유와 복선의 정치적 감수성을 요구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위기를 맞았다. 권력은 자주 얕잡아 보인다. 그런 현상은 5년 단임제의 숙명이다. 대중 동원력은 위기 돌파의 도구다. 그 경쟁력 있는 수단은 지금 창고에 처박혔다. 사정은 필요하지만 보완재다. 그 행사는 은밀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정의 검찰권을 앞세웠다. 성완종 파문은 그런 속에서 잉태했다.



 박 대통령은 대중 동원력을 복원해야 한다. 그것은 개혁의 동력을 재충전시킨다. 개혁의 깃발은 단순 명쾌해야 한다. 4대 개혁의 공통분모는 청년 일자리다. 그 깃발은 “젊은 세대의 눈물을 닦아 주자”다. 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 국회에서 잠잔다. 그 법안은 3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재계 추산).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공직사회가 미래세대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귀족 노조들은 일자리를 세습한다. 그들은 노사정 타협을 방해한다.



 국회는 취업 고통을 실감하지 못한다. 새누리당 체질은 대체로 웰빙이다. 그들에게 취업 이슈는 절실하지 않다. 야당 주류는 486이다. 80년대 민주화 투쟁세대다. 전두환 시대는 일자리가 넘쳐났다. 운동권 학생들도 골라서 취직했다. 486 의원들은 지금 젊은 세대의 아픔을 알기 힘들다.



 분노는 야당과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그 감정을 응집, 재생산해야 한다. 그것으로 국회를 포위해야 한다. 개혁 법안 통과를 압박할 수 있다. 김대중 시대는 여소야대였다. 그는 대중 동원력을 활용해 국회를 역(逆)포위했다. 규제혁파와 IT 업적을 이뤘다. 노무현은 그 기세로 탄핵을 극복했다.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승리했다. 개혁의 동력은 강화됐다. 박 대통령은 과거의 장기를 되살려야 한다. 대중 동원력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런 방식에 단련된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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