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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홈쇼핑, 중소기업에 귀 열었다

중앙일보 2015.04.30 00:10 경제 6면 지면보기
29일 경기도 양평의 코바코연수원에 롯데·현대·NS 등 TV 홈쇼핑 3개사 대표와 임원들이 속속 모였다. 약 한 달 뒤 만료되는 홈쇼핑 사업권에 대한 재승인 심사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회사별로 약 2시간씩 진행된 이날 청문회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동안은 큰 문제가 없으면 5년 단위로 재승인을 받아왔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강화된 심사 기준 대응 고심
롯데홈쇼핑, T커머스 구축 앞장
외부 전문가 경영 투명성 감사도

 지난해 홈쇼핑 업계의 납품 비리가 불거졌다.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홈쇼핑 6개사 전체에게 홈쇼핑 부문으론 역대 최대 과징금(총 143억 6800만원)을 부과했다.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심사 때 처음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과 경영계획의 적정성 등 두 가지 항목의 배점을 30~50% 높이고, ‘과락제’를 도입했다. 1000점 만점에 재승인 합격 기준인 650점을 넘더라도 이 두 항목의 점수가 기준치 미만이면 탈락한다.



 만약 탈락하는 업체가 나올 경우 파장이 크다. 3사 모두 수천 개의 협력업체와 관계를 맺고, 조 단위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직원도 수천 명에 이른다.



 홈쇼핑 3개사는 필사적이다. ‘입점 문턱이 높다’ ‘방송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지적에 따라 중소기업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T커머스 채널을 잇따라 만들고 있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을 결합한 형태인 T커머스는 리모콘을 이용해 제품 동영상도 보고, 물건을 검색·구입할 수 있다.



 TV홈쇼핑 회사 중 가장 빨리 T커머스 채널을 연 것은 롯데홈쇼핑이다. 지난달 31일 시작한 ‘롯데원TV’는 판매를 원하는 중소기업이 하루만에 신청부터 계약까지 끝낼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상품 수나 편성시간에 상관없이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아직 문을 연지 한 달이 안됐지만 누적 시청 횟수가 200만 번을 넘었다. 제품 단가가 높지 않고 대량 판매가 어려워 TV 홈쇼핑에서는 취급하기 쉽지 않은 ‘누빠콘(누르면 빠지는 콘센트)’이나 ‘홈보이 신발 정리대’ 같은 아이디어 상품이 특히 인기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수익성보다는 판매자가 전 과정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소비자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할 수 있는 쇼핑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오후 2시에 시작한 입점 설명회가 다음달 새벽 3시까지 이어질 정도로 중소기업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T커머스에서 히트한 상품을 TV 홈쇼핑에도 입점시킬 계획이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28일 사회적 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표방하며 ‘현대홈쇼핑 플러스샵’을 시작했다. 판매용 동영상을 앞으로 해외 수출 지원할 때 자료화면으로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NS홈쇼핑도 7월에 T커머스 채널을 시작한다.



 ‘갑의 횡포’를 근절하고 투명한 경영을 담보하기 위한 방책도 앞다투어 제시했다. 롯데홈쇼핑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경영투명성위원회’로부터 수시로 감사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협력업체의 어려움이나 조직 내 비리를 바로 상담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소통 전담자(리스너)’로 뒀다. NS홈쇼핑은 스마트폰을 통해 임직원의 비리를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헬프라인’ 시스템을 지난달 도입했다. 또 익명제보 QR코드가 인쇄된 ‘클린 명함’ ‘클린스티커’를 배포했다.



 미래부는 이날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중순까지 재승인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3사 외에 홈앤쇼핑은 2016년, GS홈쇼핑·CJ오쇼핑은 2017년 재승인 심사 대상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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