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귀 얇은 코스닥 … 빚내서 우르르, 소문에 와르르

중앙일보 2015.04.30 00:10 경제 1면 지면보기
올 들어 30%가량 오른 코스닥지수는 지난 22일 오전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팔아 치우며 장중 5%까지 급락했다. 시간이 지나며 낙폭을 줄였지만 전날보다 1.56% 내린 703.34에 장을 마쳤다. 이후 6거래일 동안 코스닥지수는 하루만 빼고 모두 하락했다. 2월 600선을 돌파하고 이달 17일에는 700선까지 뛰어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백수오 파문에 허약 체질 노출
개인 투자자 비중이 89%
기관이 70% 나스닥과 대비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을 뒤흔든 건 한약재 백수오다. 덩굴풀 은조롱의 뿌리 부분인 백수오 관련 제품은 여성 갱년기 장애와 면역력 강화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도 6개월 동안 63% 급등했다.



 그러다 22일 일이 터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날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를 조사해 보니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 가짜 원료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엽우피소는 재배 기간이 짧고 가격이 백수오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곧장 가격제한폭(하한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가 앞다퉈 다른 코스닥 주식도 팔기 시작했다. 이날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은 7조4000억원으로 2000년 2월의 사상 최고치(6조4200억원)를 1조원 가까이 웃돌았다. 그 여진은 지금까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닥이 무섭게 치고 오를 때 운용사 펀드매니저, 개인투자자도 내심 불안해했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40~50배 가야 성장주라고 했지만 막상 내츄럴엔도텍 일이 터지니까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짜 백수오’ 논란 전에 내츄럴엔도텍의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총(192조원)의 1%도 되지 않았다. 주가가 연일 떨어지다 보니 29일 시총(7700억원)은 전체의 0.5%를 밑돈다. 그런데도 이 회사 일로 코스닥시장 전체가 출렁거렸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다.



 증시 전문가는 이 사건이 코스닥시장의 허약한 체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입을 모은다. 빚내서 투자한 개인이 기업에 대한 정보도 없이 투자하다 보니 소문이나 분위기에 휩쓸리고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린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의 89%(거래대금 비중)가 개인투자자다. 기관투자가는 4%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나스닥은 70% 이상이 기관투자가다. 이런 차이는 상장 기업의 수준과 투자 문화 차이에서 나온다. 나스닥엔 전 세계 시총 1위인 애플을 비롯해 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초일류 기업이 즐비하다. 하지만 코스닥 1위인 셀트리온의 시총은 9조2000억원으로 코스피 27위인 현대제철과 비슷하다. 이러다 보니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투자를 주저하고 개인투자자만 넘쳐난다. 강정구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운용 상무는 “나스닥시장에서 기관투자가 비중이 큰 것은 간접투자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빚내서 하는 투자도 늘고 있다. 28일 현재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3조9466억원으로 코스피(3조5091억원)를 넘어선다. 코스닥 투자자의 90%가 개인인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상당수가 빚내서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코스닥 상장 기업 4곳 가운데 3곳은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조차 없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회사 1035개 가운데 증권사가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275개(26.6%)에 불과했다.



 그동안 코스닥 상승은 바이오 분야가 이끌었다. 올 들어 21일까지 바이오·제약지수는 66%나 상승했다. 코스피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다. 바이오·제약의 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 PER이 높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됐다는 의미고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함)이 35배로 코스닥(16배)을 훌쩍 넘어선다. 특히 내츄럴엔도텍은 이 사건 전에 PER이 90배에 달하기도 했다. 애플의 PER은 17배다.



 ◆정대표 원장 “녹취록 있다”= 정대표 한국소비자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난 8일 내츄럴엔도텍과 식약처·공정위·소비자원이 함께한 간담회 녹취록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오간 말이나 자료를 당연히 (녹취록으로) 다 가지고 있고 검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녹취록에 “백수오 원료를 농식품부 개발 시험법으로 검사했더니 희미하게 (이엽우피소가) 뜨더라”는 회사 연구원들의 발언과 “우리가 잘못했다”는 경영진의 입장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김창규·염지현·이소아 기자 teentee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