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멋있는 월요일] 지금 왜 서울인가 … '패션 거물' 멘키스의 대답은 IT, 젊음

중앙일보 2015.04.27 00:26 종합 22면 지면보기
“한국 소비자는 취향이 고급스럽고 유행에 민감합니다. 한국 시장을 더욱 중시할 수밖에 없지요.”


서울로 몰려오는 ‘명품 마케팅’
올해 샤넬 ‘패션쇼’·루이비통 ‘전시’
내년 4월엔 ‘럭셔리 콘퍼런스’도
DDP “명품 업체 행사 문의 많아”

 한국을 찾는 해외 유명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말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런 대답은 상투적인 ‘접대성 발언’이 돼 버렸다. 한데 이들의 얘기가 점점 더 확실한 팩트가 돼 가고 있다.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앞다퉈 서울을 찾는 것이 그 방증이다. 마치 ‘세계 유행의 중심에 서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규모 주요 행사가 서울에서 연이어 펼쳐진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지 멘키스는 세계적인 권위지 뉴욕 타임스 국제판(INYT)에서 25년 동안 패션 에디터로 일했다. 지난해 출판그룹 콘데나스트인터내셔널로 이직해 2억 명 이상의 전 세계 독자에게 인터넷으로 패션 기사를 전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건 프랑스 브랜드 샤넬이다. 샤넬은 지난 1월 말 자사의 대형 패션쇼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다고 발표했다. ‘샤넬 크루즈 패션쇼’다. 브랜드의 근거지인 프랑스 파리가 아닌 서울에서 여는 것이다. 샤넬 같은 브랜드는 1년에 다섯 차례 대규모 패션쇼를 연다. 봄·여름, 가을·겨울용으로 기성복과 고급 맞춤복 각 두 차례의 패션쇼를 파리에서 개최하고 최신 유행을 제안한다. 크루즈 패션쇼는 봄·여름, 가을·겨울 사이에 단 한 번 열린다. 주로 휴양지 의상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인과 바이어, VIP 고객 등 1000여 명을 한 도시에 불러 모으는 중요 연례 행사다. 샤넬은 2000년부터 세계 패션을 이끄는 주요 도시를 돌며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해 왔다. 지금까지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마이애미, 이탈리아 베네치아, 프랑스 파리·생트로페·캡당티브·베르사유, 싱가포르·두바이 등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개최지는 단지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샤넬 크루즈 패션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두바이에서 선보인 패션쇼에는 아라비안나이트 분위기의 의상이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패션쇼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도시의 이미지가 샤넬이란 글로벌 브랜드의 고급 상품이 주는 후광을 누리는 셈이다. 지난해 샤넬은 브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 ‘문화 샤넬전-장소의 정신’을 DDP에서 37일간 개최한 바 있다. 샤넬이 서울의 매력을 2년에 걸쳐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 브랜드 디올도 6월 DDP에서 대규모 전시를 개최한다. 브랜드의 역사를 둘러보는 회고전 성격으로 6월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펼쳐진다. 디올은 올 연말 브랜드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는 100여 벌의 역사적 의상이 서울로 옮겨지는 전시다.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이 마련한 전시도 곧 막을 올린다. ‘루이비통 시리즈2-과거, 현재, 미래’가 주제다. 장소는 서울 종로1가 광화문 D타워로 다음달 1일부터 17일 동안 무료로 볼 수 있다. 최근 브랜드의 창조부문 총괄로 임명된 패션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지난 3월 파리에서 선보인 루이비통 가을·겨울 패션쇼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서울에서 행사해야 유행 선도하는 것”=서울은 그동안 글로벌 명품 업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아니었다. 1980~90년대 명품 브랜드의 0순위 목적지는 일본 도쿄였다. 일본에서 전 세계 명품의 40% 이상이 소비됐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2000년대 들어 초점은 서서히 중국으로 옮겨졌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중국 대도시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명품 브랜드의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명품 브랜드 중에서 가장 먼저 서울에 눈을 돌린 것은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였다. 2009년 4월 서울 신문로2가 경희궁 옆에 변형 건축물을 짓고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를 열었다. 2011년 6월엔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가 한강 세빛섬에서 전 세계 주요 언론 관계자와 VIP 고객을 초청해 패션쇼를 열었다. 펜디 행사 전에는 미국 뉴스채널 CNN이 여행편 특집으로 서울을 다뤘다. ‘왜 서울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도시인가를 말해주는 50가지 이유’가 프로그램 소재였다. 패션 컨설턴트 김민정 이사(케이엔)는 “명품 브랜드의 대규모 행사는 세계 곳곳으로 전해진다. 프라다·펜디 행사의 개최지가 서울인 것이 뉴스로 전해지자 서구 문화권에서도 서울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김 이사는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엔 서울이 아시아의 명품 소비자 모두가 필수적으로 찾는 곳이 됐다. 최근 명품 브랜드가 서울을 찾는 건 ‘최신 유행 선도자’란 이미지를 차지하려는 명품 브랜드의 당연한 행보”라고 덧붙였다. 올 1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서울을 ‘올해 방문해야 할 전 세계 도시 52’에 올렸다. “DDP가 들어서면서 서울이 국제 문화 허브(hub)로 변신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21일 개관 1주년을 맞은 DDP에는 680만 명(2014년 12월 31일 기준)이 다녀갔다. 뉴욕 현대미술관(623만 명), 런던 테이트모던(488만 명)의 연간 방문객 수를 추월하는 규모다. DDP 운영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 박내선 패션팀장은 “지난해 샤넬·오메가 등이 DDP에서 전시와 문화행사를 열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 올해뿐 아니라 내년 DDP 일정에 대해서도 문의가 대단히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명품 업계 거물들, 내년 서울 총출동=내년 4월에는 세계 명품 업계의 거물들이 한꺼번에 서울을 찾는다. 패션잡지 보그·지큐 등을 발행하는 출판그룹 콘데나스트인터내셔널(CNI)은 지난 23일 ‘럭셔리 콘퍼런스’를 내년에 서울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럭셔리 콘퍼런스는 날카로운 비평으로 유명한 패션전문 기자 수지 멘키스(Suzy Menkes·72)가 주관하는 행사다. 멘키스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제판인 INYT에서 25년 동안 패션 에디터로 일했다. ‘럭셔리 콘퍼런스’는 세계적 권위지인 INYT의 명성에다 멘키스의 명품 업계 장악력이 더해져 2000년 탄생했다. 첫 대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2001년 열렸다. 멘키스는 지난해 INYT를 떠나 CNI에 둥지를 틀었다. 멘키스와 CNI가 뭉쳐 처음으로 마련한 ‘럭셔리 콘퍼런스’는 21~23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렸다. 여기에는 글로벌 명품 업계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아들 앙투안(벨루티 CEO)을 비롯, 에르메스·티파니·페라가모 CEO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대중 연설에 거의 나서지 않는 애플 디자인총괄 부사장 조너선 아이브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기조 연설을 맡았다. 내년에도 이에 버금가는 인물들이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멘키스는 “아시아에서 중요한 명품 시장이자 최신 기술에 능숙한 젊은이들이 많은 서울에서 세계적인 럭셔리 콘퍼런스를 개최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명품 업계에서 ‘왜 서울이냐’를 자주 얘기한다”며 “내년 행사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