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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과거사 … '아베의 전쟁' 7박8일에 담았다

중앙일보 2015.04.25 01:08 종합 3면 지면보기
2007년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의 주역인 마이크 혼다 의원(왼쪽)과 같은 해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와서 증언했던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87 )가 21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재회했다. [워싱턴 DC=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미국 땅을 밟으며 동북아의 구도를 바꿀 ‘일본 격상 7박8일’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될 방미 기간 중 아베 총리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과거사라는 3대 초대형 이슈를 다 꺼내 든다. ‘아베의 역사전쟁’(본지 4월 22~24일자 시리즈)의 완결판인 셈이다. 아베가 추구하는 3대 지향점 중 ‘역사 뒤집기’는 29일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평화헌법 뒤집기’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대(對)중국 연합 구축’은 TPP 협상 타결을 통해 한발 다가서겠다는 심산이다.

일정에 담긴 ‘일본 격상’ 3종세트
27일 전쟁 할 수 있는 일본 확인
28일 오바마와 회담선 TPP 결단
29일 의회연설, 과거 면죄부 노려
한·미·일 협력서 한국만 소외 우려



 27일 미·일 양국은 뉴욕에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를 열어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발표한다. 전날 아베 총리를 보스턴 자택으로 초청해 환영 만찬을 열었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과 함께 2+2로 일본 장관들과 만난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였기 때문에 제한받았던 일본의 군사적 활동이 전 세계에서 미군 지원을 목적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도 새 방위협력지침을 통해 뒷받침될 전망이다. 관건은 한국에 파장이 미칠지 여부다. 그간 정부는 한반도 영역에서 벌어지거나 한반도 영역에 영향을 주는 일본의 군사 활동은 우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일본은 지난 16∼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일 안보회의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이 새 방위협력지침에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새 지침의 내용 여하에 따라선 한국의 주권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아베의 과거사 사죄 촉구 … 미국 의원 25명의 친필 서명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미 의원 25명이 작성한 연명서한. 이 서한을 23일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냈다. [워싱턴 DC=뉴시스]


 다음날인 28일 아베 총리는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다. 이 자리에선 미·일이 주도하는 경제 동맹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놓고 두 정상이 양국 간 협상 진전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정치적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며 “양측이 협상 타결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가 내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경제적 축은 TPP다. 환태평양 국가들로 경제 공동체를 꾸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우방국이 대거 가입하며 체면을 구겼다. 미·일 정상이 양국의 TPP 난제 해소를 발표하며 12개국 간 TPP 협상이 급진전하는데 한국은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을 맞는다.



 29일은 ‘아베 데이’다. 이날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 의회의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아베 총리는 합동연설로 미국과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과거사 면죄부’를 받으며 미래를 향한 미·일동맹의 진화를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 등 주변국과의 과거사는 언급을 피하거나 원론적인 답변으로 그칠 경우 그간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해 왔던 한국 정부는 입지가 크게 약화된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는 지난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아베 총리는 미국과 대화하러 오는 것으로 반드시 다른 나라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변국과의 과거사는 방미 의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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