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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탄생 봉축만 해서야…

중앙일보 1984.05.10 00:00 종합 9면 지면보기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은 국왕이나 거지의 경우가 모두 똑같다. 물론 산실의 환경이나 여건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하나의 생명이 모태 내에서 자라 세상에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어느 누구의 경우나 마찬가지다.

오랜 옛날에 인도의 북부 히말라야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가비라국에서 새로운 생명이 하나 태어났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그 사실만으로는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못된다. 그러나 그생명은 여느 아기와는 너무나도 다른 위대한 삶을 보여주었던 거룩한 생명의 태 어남이었다.

불법의 참뜻 새겨 생활화를|「지혜」밝혀 어리석음·어둠 벗어나야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하였던 그의 생애는 더할수 없이 거룩하였고 너무나 향기로왔다. 누구나 그렇게 살수있고 또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그러한 삶이 아니었다.

인생의 무한한 행복과 영원한 삶을 체득하여 빈부귀천의 차별 없이 누구나 평등하고 평화롭게 최상의 행복을 누리며 살수 있도록 일깨웠고 또 그길을 가르치며 일생을 살았었다. 그야말로 인류영원의 빛이요, 길이었다.

사실 거룩한 것은 그의 태어남보다는 그의 생애였고 그의 가르침이었다고 할 것이다. 죽음과 삶을 분별 못하고 번뇌와 욕망의 노예가 되어 괴로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허위적대는 인간들에게 캄캄한 어둠을 물리치고 환한 밝은 빛을 비추어 주었다.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삶을 한결같이 찬양하고 산 목숨의 가치가 하늘과 신보다도 더 높고 귀한 것임을 일깨워 주었었다.

그의 찬연한 생애와 거룩한 가르침이 없었다면 그토록 아름다운 탄생의 성화도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날을 인류는 길이 길이 축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의 탄생이 없었다면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은 그때 이 세상에 나타나지 못하였을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날은 더욱 거룩한 날이며 더더욱 성스럽게 받들어져야할 날이라고 할 것이다.

그냥 그날을 경축하고 찬양하는 것만이 참으로 그날을 기리는 뜻은 못된다. 부처님이 오신 날이기 때문에, 성현중의 대성인이 태어나신 날이기 때문에 봉축하고 즐거워하는 의례적인 행사만을 하는 날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곧 너요, 너와 나는 다같이 우주 생명의 하나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너와 나를 포함한 모든 생존, 즉 서로를 힘입고 의지하며 존재하는 삶이요, 생명이다. 산다는 것, 생명의 힘이야말로 더할수 없이 값지고 존귀하다. 우리들 삶의 존엄성만이 가장 귀중할 뿐 그밖의 신과 하늘 아무것도 그보다 더 고귀하고 값진 것은 없다. 참된 나는 진정한 전체이기 때문에 모두 화합되게 평등과 평화를 누리면서 자비실천의 삶을 아름답게 이룩하여야 한다』는 외침을 항상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듣는 그 부처님 생일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부처님 같은 인격을 완성할 수가 있다고 하였으니 우리도 남의 생일잔치에 들떠서 돌아다니는 무의미한 축하객 노릇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누구든지 성불할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그 길을 터놓았으니 이 날을 계기로 하여 우리 모두 그 참뜻을 찾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여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속에 잠자고 있는 부처님의 가능성(불성) 을 일깨워 또 새로운 우리 모두의 부처님을 탄생시켜야 하겠다.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한 그날을 축복 받으면서 온 인류의 존경과 찬탄만을 받는 대상을 부처님의 전부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져서 오늘의 현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존재로서의 무수한 형상(불상)들을 탁자위에 모셔놓고 예배와 구복의 신앙대상으로 삼는 것만을 부처님으로 우러러서는 아니될 것이다.

오늘을 참되게 살아가는 슬기와 우리생활의 모든 원동력이 되는 힘이, 정확하고 진실한 자아의 통찰력과 합일화 되어, 자율적이고 자주적인 인격을 이루는 이를 우리는 불교인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매사에 지혜롭고 밝게 어리석음과 어둠에서 벗어나는 삶을 사는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번뇌망상에서 괴롭다못해 스스로를 모두 불태우고 잃어버리는 오늘의 나를, 그 옛날 룸비니동산에서 피어났던 향기와 빛에 힘입어 새롭게 되살려야할 것이라고 본다.

오늘의 산업사회를 이끌어가고 내일의 인류복지를 증진시키는 불교본연의 가르침을 이땅에 바로 펼쳐서 한없이 밝고 한없이 즐거운 나의 삶과, 그리고 모든 삶을 이룩하게 하는 것이 불교인 모두의 사명이라고 할것이다.

그리하여 부처님이 탄생하였던 그날을 값있고 뜻있게 하여야할 것이라고 하겠다. 김영태<동국대 불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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