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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통일 양보할 수도"

중앙일보 2015.04.21 14:06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통일’을 양보할 수도 있다.”



중국 전문가인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의 시 주석에 대한 평가다. 단 “(대미 관계에서)중국이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시진핑 체제하 미·중 관계의 미래: 공동 사명을 위한 새로운 건설적 현실주의 체제 구축’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서다. 러드 전 총리는 현재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미·중 관계를 연구 중이다.



보고서에서 러드 전 총리는 “시 주석의 (중화)민족에 대한 집착은 강한 유교적 도덕관에 그 뿌리가 있다. 그는 (중화 부흥을 위해) 대담한 정책 수단을 채택할 수 있다. 심지어 매우 민감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통일’이라는 카드를 (미국에)양보하고 다른 전략적 우세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 예컨대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와 남중국해 영토 분쟁, 대만 문제 등에서 손을 떼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고 미군이 한반도 북부에 주둔할 수 있는 한반도 통일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러드 총리는 또 “시 주석은 미국이 함께 (세계)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라고 평가한 후 미국에 “중국과 정책적으로 창조적 협력을 할 여지가 많으니 활용하라”고 건의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이 미국과 윈윈 하는 협력 모델을 강조한 것은 결코 중국식 선전이 아니며 미·중 협력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확실히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 시대 중국 외교와 관련, 러드 전 총리는 “몰래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나 전투적으로 뭔가를 이뤄내는 ‘분발유위(奮發有爲)’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발유위’는 2000년대 들어 중국 외교가 추구했던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할 일은 한다)’보다 더 적극적이고 국제문제에 개입해 국가이익을 극대화 한다는 개념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미국은 중국과 상생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시 주석과 협력해 윈윈하는 양국 외교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관 출신인 러드 전 총리는 2007년 노동당 총선 승리를 이끌며 두 차례 총리직(2007~2010년, 2013년)을 맡았다. 호주 국립대학에서 중국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어가 유창하고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도 갖고 있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7일 그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후임 자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도 유엔 사무총장직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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