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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모든 차는 상하이로 통한다

중앙일보 2015.04.21 02:30 경제 2면 지면보기



최대 자동차 쇼 … 몰려가는 기업들
축구장 49개 크기에 업체 2000개
보기 힘든 테슬라·FCA 부스 구축
강자들도 중국 구애 받으려 경쟁
‘스모그’ 오명 벗으려 친환경 주제





안내원 대부분이 영어를 하지 못해 현지어를 모르면 의사 소통을 할 수가 없다. 1층 전시장에서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고장나기 일쑤다. 행사 첫날인데도 아직도 공사를 마치지 못한 부스가 허다하다. 화장실은 전시관 1곳 당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각각 1개씩만 있을 뿐이다. 정부 지시로 구글 검색을 막아놔 길 찾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독일 등 유럽연합(EU)·일본 등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참가하는 자동차 전시회(모터쇼)가 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기존의 세계 5대 모터쇼를 압도하는 중국 ‘상하이(上海) 모터쇼(AUTO SHANGHAI 2015)’가 20~21일 이틀간 ‘미디어 데이’를 시작으로 그 막을 올렸다.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모터쇼는 전시장 넓이만 총 35만㎡(실내 30만㎡, 실외 5만㎡)로 축구장 49개를 합친 크기로 2주 전 폐막한 서울모터쇼(약 9만1141㎡)의 4배 수준이다.



 전시관 갯수만 총 13개(상용차 1개홀, 부품 3개홀, 언론 전용공간 1개홀)로 전시장 1개 당 크기는 2만3076㎡에 달한다. 전시장 규모 못지않게 참가업체도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 세계 21개국, 2000여 개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상하이에 총집결했다. 이번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데뷔하는 ‘월드 프리미어’ 차량만 109개 모델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2462만대의 차가 판매된 중국이 미국(1653만대)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엄청난 전시장 규모 덕분에 국산 메이커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부스를 다 둘러보려면 이동하는 데에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현대차는 1층 전시관(5-1관)에 있는 반면, 기아차와 쌍용차는 2층에서도 각각 다른 전시관에 부스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비공인 모터쇼’이지만, 규모로는 세계 5대 모터쇼(프랑크푸르트·디트로이트·파리·도쿄·제네바)가 초라하게 보일 정도다. 주요 메이커 부스를 다 둘러보고 만보계를 확인해보니 2만2000걸음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렇다고 상하이 모터쇼가 단순히 규모로만 승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 정부는 ‘스모그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환경 분야를 상하이 모터쇼의 메인 테마로 내세우고, 모터쇼 직전 친환경차를 대상으로 취득세 10% 면제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글로벌 메이커들이 상하이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신차 가운데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많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이날 전기 충전기를 꽂아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C쿠페 GTE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으며, 프랑스 ‘시트로엥’은 1.6리터(L) 가솔린 엔진을 얹은 ‘에어크로스’ PHEV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C쿠페 GTE는 긴 차체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춰 차체 길이가 5m가 넘는다. 또 아우디가 공개한 PHEV 콘셉트카 ‘프롤로그 올로드’는 전기 모터만으로 54㎞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유럽 기준 공인연비는 1리터 당 41.7㎞에 달한다. 이밖에도 아우디는 중국 내수용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A6 L e트론’을 최초 공개했다.



 상하이에 부는 하이브리드 바람에는 국산 메이커들도 동참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선 공개하지 않은 스포츠유틸리트차량(SUV) 투싼 디젤 PHEV 쇼카를 상하이에서 최초로 선보였고, 쌍용차도 아시아 시장에선 최초로 SUV 티볼리 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은 “올 초 열렸던 ‘디트로이트모터쇼’가 자율주행차(무인차)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이슈로 던진 것처럼 세계 주요 모터쇼들은 각각의 메인 테마를 설정하고 있는게 요즘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메이커들도 상하이 모터쇼에는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의 경차 브랜드 ‘스마트’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업체들도 상하이에 모습을 나타냈다. 테슬라 부스에는 전기차 ‘S600’를 구경하러 온 중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온 관람객들로 하루 종일 가득 찼다.



 한국에선 콧대가 높은 수입차 메이커 역시 중국 시장에서는 서로 앞다퉈 ‘구애 행렬’에 나섰다. 서울 모터쇼에 불참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2층 규모로 부스를 짓고, 역시 서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롤스로이스’, ‘볼보’도 대규모 부스를 만들었다.



 기존의 글로벌 시장 강자들도 중국 시장을 향한 구애 경쟁에 애가 탄다. 자동차 업계 거물들도 속속 상하이로 모이고 있다. 도요타 아키오(59) 도요타 최고경영자(CEO)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상하이 모터쇼 현장을 직접 찾았다. 헤럴드 웨스터 마세라티 CEO도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글로벌 2위이자 중국 시장 1위인 독일 ‘폴크스바겐’은 미디어 데이 전날인 19일 상하이 엑스포 센터로 기자들을 따로 불러모을 정도다. 요셉 하이즈만 폴크스바겐 중국 회장은 “1984년 글로벌 업체 가운데 가장 빨리 중국에 진출한 폴크스바겐은 이제 중국이 ‘제 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면서 “2019년까지 중국에서 친환경 차량 등 혁신 분야 중심으로 220억유로(약 25조732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하이=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사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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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모터쇼 전시장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세계 최대 전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상하이 모터쇼’가 20일 개막한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기자와 관람객이 미국 포드가 전시한 ‘뉴 포커스’를 에워싼 채 차를 들여다 보고 있다. [블룸버그]



사진 2 현대차는 2921㎡(약 884평)의 전시장을 마련해 투산 쇼카와 에쿠스 리무진 등 24대의 차를 전시했다.



사진 3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전시장을 꾸리고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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