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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이완구에 반기문도 불똥 … "충청대망론 완전히 망했다"

중앙일보 2015.04.21 01:36 종합 6면 지면보기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 총리는 4·19 기념식에 이어 이틀 연속 예정대로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신인섭 기자]


“죽은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이 살아 있는 이완구(총리)와 반기문(유엔사무총장)을 내쫓았다.”

새누리 충청권 의원들 연쇄 회동
“총리 발탁 때 기대감 줬던 이완구
3000만원 의혹보다 말바꿔 더 문제”
반 총장은 스스로 대망론에 선 그어



 충청지역의 새누리당 초선의원은 20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얘기하던 중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았다(死孔明 走生仲達)’는 삼국지의 고사성어에 빗대 이렇게 말했다. 성완종 파문이 불거진 뒤 정치권의 충청 인사들은 만나면 한숨부터 쉰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이 1위를 차지하면서 충청 대망론에 불이 지펴졌다. 특히 지난 2월 이 총리가 지명되면서 충청 대망론엔 경쟁구도까지 짜이는 기류였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때마침 “안희정 충남지사가 큰 꿈을 꾸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성완종 파문은 충청 대망(待望)론을 대망(大亡, 크게 망함)으로 바꿔놓고 있다. 지난주 새누리당 충청 출신 의원들 모임에선 실제로 이런 우려와 허탈감이 오갔다고 한다.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있던 지난 15일 새누리당 충청 의원 7명이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충북 청주가 지역구인 정우택 정무위원장이 잡은 모임이었다. 정 위원장 외에 이장우(대전 동구)·김태흠(보령-서천)·김현숙(비례대표, 청주 출신)·박창식(비례대표, 제천 출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선 이 총리가 지난해 8월 이후 성 전 회장과 23차례 만났다는 의혹이 부각됐다. 오찬에선 성 전 회장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당시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성완종 파문이 충청 지역을 휩쓸고 있어 걱정이라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며 “성 전 회장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10년 전 것까지 다 터뜨리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 의원은 “이 총리가 원내대표에서 총리로 발탁될 때만 해도 ‘충청 대망론’이 있었는데 이제 다 끝났다”고 했다.



 하루 뒤인 16일엔 충북 의원들이 모였다. 부친의 고향이 충북 영동인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마련한 오찬 자리였다. 나 위원장과 정우택·박덕흠(보은-옥천-영동)·경대수(괴산) 의원 등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찬에서도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을 잘 모른다는 듯이 말을 해서 스텝이 꼬이는 것 같다” “3000만원 의혹보다는 이 총리의 말 바꾸기가 문제인 것 같다”는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이후 성 전 회장이 생전 인터뷰에서 “이 총리가 기획사정을 한 것은 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게 알려지면서 “충청대망론이 완전히 망했다”는 말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성완종 파문의 최대 피해자는 반 총장이란 말도 있다. 이 총리야 3000만원 수수 의혹과 말 바꾸기로 모양새를 구겼지만 반 총장은 미국에 있으면서 엉뚱한 불똥을 맞았다는 얘기다. 특히 “성 전 회장과 아는 사이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한 발언이 역풍을 맞고 있다. 일부에선 “특별한 관계의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한 것 아니냐. 귀국 때마다 충청포럼 행사에 참석하고 동생을 선거사무소에 보낼 정도면 특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어서다.



 반 총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 초청 강연에서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손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며 스스로 대망론에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은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충청의원은 “새누리당 충청 잠룡들이 이렇게 쓸려가 버리면 이제 충청 민심이 대망론의 대안으로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쏠릴 공산이 큰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4월 3주차)에서 이 총리는 전주 대비 6계단이나 떨어져 10위에 그쳤다. 지난 2월 총리직을 맡게 된 뒤엔 4~5위권이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불출마 선언=충청권의 원로 정치인인 새누리당 강창희(69) 전 국회의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강 전 의장은 20일 오후 지역구인 대전 중구 사무소에서 “이번 19대를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선거에는 더는 나서지 않을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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