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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서 죽더라도 …" 난파도 막지 못한 탈출행렬

중앙일보 2015.04.21 01:11 종합 14면 지면보기



아프리카·중동 난민선 참상
헬기가 떨어뜨려주는 비스킷 연명
배고픔에 지쳐 바다 뛰어들기도





















“지중해에서 죽을지 모르지만 그나마 그게 나은 선택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분쟁과 빈곤을 피해 10년간 수십만 명이 이 같은 생각으로 지중해로 나섰다. 지난해에만 17만 명이 그 길을 택했고 도중 3000여 명이 숨졌다.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가 됐다. 올 들어 치사율은 오히려 늘었다. 이미 1500명 이상이 숨졌다.



 그러나 여전히 갈망의 눈으로 지중해를 바라보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길을 떠나는 이들이 있다. 아니, 오히려 늘고 있다. 외신이 전한 이들의 사연이다.



 리비아 자와에 있는 수용소의 무함마드 압달라(21). 남수단 다르푸르 출신인 그는 대학살이 벌어진 2006년 아버지를 잃었다. 누이들은 성폭행을 당했다. 그곳을 떠나야 했던 그는 사하라 사막을 건넜다. 동행했던 사촌과 남자형제들은 그 사이 숨졌다.







 마침내 지난해 리비아에 도착했다. 처음엔 비누 가게에서 일했다. 유럽행 승선료를 벌기 위해서였다. 돈이 마련됐다 싶으면 강도를 당했다. 또 벌었는가 하면 경찰에 체포됐다. 흐느끼며 이 같은 사연을 털어놓던 압달라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유럽에 가야 한다.”



 그의 리비아에서의 삶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타미아란 이름의 난민은 “(인신매매범들이) 때리곤 했다. 성폭행도 당했다. 우린 동물보다 못했다. 똥 취급 당했다. 때론 총으로 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리비아에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했다.



 수천에서 수만 달러에 달하는 승선료가 있어도 생사의 기로에 서야 했다. 배 자체가 작은 어선이거나 구명보트, 소형 플라스틱 배여서다. 거기에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발디딜 틈이 없이 탔다. 언제든 전복의 위험이 있었다.



 아부 쿠르케는 2012년 그런 배를 탔다. 1200달러(약 130만원)를 주고 리비아의 트리폴리에서 220㎞ 떨어진 이탈리아의 람페두사를 향하는 낡은 선박이었다. 72명이 동승했다. 리비아의 무장 세력이 자리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마실 물도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 아이를 둔 젊은 부부에게서 아이용 음식과 물이 담긴 가방까지 빼앗았다. 이들은 출항할 때 “24시간 이내 람페두사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은 달랐다. 하루 이틀 표류하면서 사망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헬기가 지나가면서 비스킷과 물을 배에 떨어뜨렸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일부 난민은 배고픔에 지쳐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지나가는 선박을 향해 죽은 아기를 들어 보였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2주 만에 구조됐다. 그 사이 생존자는 쿠르케를 포함, 9명 뿐이었다.



 바다와만 싸우는 게 아니었다. 배 안에서 ‘지옥’이 펼쳐지곤 했다. 종교를 이유를 동료 난민을 수장시키기도 했다. 최근 구조된 한 선박의 난민들은 중화상을 입은 채였다. 메히레티브란 여성은 “사고 이후에 옷이 다 탔다”고만 말할 뿐 자세한 얘기를 하지 못했다.



 이래도 난민들은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지만, 그래도 하루만 참으면 되는 여행” “유럽은 천국”이라고 말한다. 제2의 압달라, 쿠르케가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사진 AP·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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