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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통령 모신 만찬, 직접 담근 김치로 칭찬받았죠

중앙일보 2015.04.21 00:37 종합 23면 지면보기
무쇠로 만든 웍(중국식 프라이팬)을 휘감는 불과 기름, 크고 무거운 식칼…. 중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세계 어느 나라 요리보다 강인한 체력을 요할 것 같은 중국 요리의 세계에서 여성의 몸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가 있다. 중국 상하이의 특급 호텔인 신진장(新錦江) 호텔의 총주방장인 옌후이친(嚴惠琴·61)이다.


옌후이친 신진장호텔 총주방장
덩샤오핑도 즐긴'국빈 만찬 달인'
YS “진정한 상하이의 맛” 엄지 세워
부산서 1년 넘게 한식 공부하기도

지난 10일 그는 ‘이금기 차이나 마스터 셰프 갈라쇼’에 중식 거장 10인의 한 사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기술을 배워 스스로 발전하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진장 호텔에 입사, 여성 제자를 거부하는 스승을 설득해 주방일을 시작했다. 곁눈질로 배운 요리를 노트에 적으면서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 스승의 신임을 얻은 그는 신진장 호텔의 주방장을 거쳐 총주방장에 올랐다.



옌후이친 총주방장이 ‘이금기 차이나 마스터 셰프 갈라쇼’에 참석해 한국의 두부피를 이용한 저장성(浙江省) 요리를 선보였다. [사진 이금기]
 -신진장 호텔은 국빈 만찬으로 유명한데,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면.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억이 남는다. 김 전 대통령은 다른 호텔의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 호텔로 만찬 장소를 옮겼던 터라 더 긴장됐다. 그런데 코스의 두번째 요리를 먹고 난 김 전 대통령이 엄지 손가락을 들며 ‘진정한 상하이의 맛’이라고 해 무척 기뻤다. 이 전 대통령 만찬에는 한국 김치를 곁들여 냈는데, ‘한국에서 가지고 온 김치냐’고 묻더라. 그래서 직접 담근 김치라고 하며 항아리까지 보여드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서양 귀빈이 방문할 때는 토마토 케첩을 요리에 살짝 섞기도 한다(웃음).”



 그는 교환 셰프로 2006년부터 1년 3개월간 부산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한식을 배웠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건강식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때 북한식 김치까지 섭렵했는데, 북한식의 경우 새우젓이 들어가 짜고 비린 맛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더 은은한 맛을 내기 위해 김치에 조기를 넣는 그만의 레서피를 개발하기도 했다.



 -중국의 지도자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인사는.



 “덩샤오핑 전 주석이 매년 춘절에 우리 호텔에 와 식사를 했다. 한 해는 사천 요리를 중심으로 선보였다면 이듬해는 광둥 요리를 내놓는 등 메뉴를 계속 변경했더니 덩 전 주석이 메뉴가 다양하고 변화가 많다고 칭찬했다. 장쩌민 전 주석의 경우는 연세가 있어 치아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씹기 편하도록 잘게 자른 게 요리를 드렸다.”



 -국빈을 대접할 때의 원칙은.



 “요리 하나로 중국 문화를 알린다는 생각으로 부분에 전체를 담아야 한다. 동시에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이란 같이 특정 고기를 안 먹는 국가의 귀빈을 위해선 다른 메뉴를 제공해야 한다. 분위기를 해칠만한 음식인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입자가 큰 장(醬)을 사용할 경우 자칫 치아에 낄 수 있다.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믹서로 장을 갈아 사용한다. 뜯거나 발라먹어야 하는 음식도 먹을 때의 품위를 해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더라도 조금씩 집어 먹을 수 있게 차려 낸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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