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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웬만하면 넘어가네, 공인구 그거 참

중앙일보 2015.04.21 00:28 종합 25면 지면보기


탱탱볼. 일부 야구팬들이 프로야구 공인구를 비하하는 말이다. 고무공처럼 반발력이 크다는 의미다. 20일 현재 프로야구 경기당 홈런은 2.01개에 달한다. 기록적인 타고투저(打高投低)를 경험한 지난해(경기당 2.02개)와 비슷하다. 전력이 한참 처지는 신생팀 kt 경기를빼면 경기당 홈런은 2.06개에 이른다.



 더그아웃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양상문(54) LG 감독은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범현(55) kt 감독은 “요즘엔 하위타순에 있는 타자도 쉽게 담장을 넘긴다. 3년 만에 1군에 와 보니 (공인구의 반발력이 크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근(73) 한화 감독도 “타자들이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친 타구도 담장을 넘어간다”며 공인구의 반발력을 의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7일 발표한 ‘2015 공인구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공인구를 생산하는 국내 4개 업체 가운데 H사의 공인구 반발계수가 0.4414로 나타나 KBO 기준(0.4134~0.4374)을 초과했다. KBO는 H사에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인구 반발계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측정한다. 특수장비로 던진 공이 콘크리트 벽을 맞고 튀어나오는 속도를 던진 속도(시속 270㎞)로 나눈 값이 반발계수다. 2013년부터 KBO는 공인구 검사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탱탱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기준 상·하한의 범위(0.024)가 크다는 게 문제다. 반발계수 0.01이 커지면 비거리가 2m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준치 안에서도 비거리가 4m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외야 플라이가 홈런으로 바뀌는 차이다. 게다가 H사의 공인구는 반발계수 상한선을 0.004 초과했다. 유일하게 H사의 공을 쓰는 롯데의 타격은 그래서 의심을 받는다. 롯데 타자들은 홈 10경기에서 타율 0.274·홈런 18개(경기당 1.80개)를 기록했고, 원정 7경기에서는 타율 0.243·홈런 5개(경기당 0.71개)에 그쳤다. 우연으로 보기엔 작지 않은 격차다.



 정금조 KBO 육성운영부장은 “공인구 논란이 생겨 각 업체들에게 허용범위 안에서 반발계수를 낮추라고 권유했다. 기준을 두 번 어기면 이듬해 공인구를 신청할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KBO는 내년쯤 ‘통일구’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나의 공인구 생산업체를 지정해 통합관리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뜻이다.



 공인구 논란은 일본 프로야구가 먼저 겪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2011년부터 득점력이 떨어지자 2013년 공인구(미즈노)의 반발계수를 몰래 높였다. 이 후폭풍으로 가토 료조 NPB 총재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과 똑같았던 일본 공인구의 반발계수 기준은 지난해 0.4034~0.4234로 낮아졌다.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60개)을 세운 직후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롤링스)의 반발력은 일본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KBO 리그는 세계에서 반발력이 가장 큰 공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KBO 리그 기록의 가치가 훼손되고, 국제대회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통일구 도입과 함께 반발계수 조정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탱탱볼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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