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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무인 여객기가 시기상조인 이유

중앙일보 2015.04.21 00:26 종합 29면 지면보기
패트릭 스미스
미국 여객기 조종사
지난달 24일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9525편이 우울증을 앓아 온 부조종사 안드레아스 루비츠의 괴행으로 추락해 150명이 숨졌다. 이후 전 세계 언론은 항공기 운항의 미래에 대해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항공기 조종이 99% 자동화돼 조종사 없이도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시대가 눈앞에 왔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제2의 루비츠 출현을 막으려면 조종사를 컴퓨터로 대체하든지, 관제탑에서 항공기를 원격 조종하는 게 최선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항공공학 교수나 과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이들에 따르면 조종사 없는 무인 항공기의 시대는 몇 년 안에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답답할 정도로 잘못된 정보에 바탕을 둔 주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조종사가 조종 업무의 대부분을 자동 장치에 맡기고 긴급 상황에서만 조종간을 잡는다는 오해다. ‘컴퓨터가 알아서 항공기를 움직이는’ 무인 조종에 대한 환상은 항공산업에서 가장 뿌리 깊다. 최근엔 조종사가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는 시간이 평균 7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지어 3분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요즘 조종사들이 직접 조종간을 잡는 시간이 짧아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조종사들이 비행 내내 쉬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비행기의 움직임은 결국엔 조종사의 판단과 결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자동 조종이라고 해도 조종사가 내린 판단에 따라 움직인 결과일 뿐이다. 필자가 조종하는 보잉 767기는 일상적인 이륙과 하강, 항로 변경조차 조종사 자신의 다양한 판단으로 이뤄진다. 특히 착륙의 99%와 이륙의 100%는 늘 나의 두 손을 통해 수동으로 행해진다.



 항공기가 이륙한 뒤 자동 조종 모드에 들어가도 조종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놀랄 정도다. 물론 바쁘지 않은 시간도 있다. 그런 모습을 승객들이 본다면 조종사가 한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할 일이 아주 많은 시간이 대부분이다.



  카리브해에서 뉴욕으로 항공기를 조종한 적이 있다. 비행 내내 악천후로 고생하다 뉴욕 케네디 공항에 접근했지만 시야가 아주 나빴다. 자동 조종 장치를 켜놓았음에도 고도와 항로를 시시각각 바꾸며 흔들리는 항공기를 안정시킨 건 우리의 손이었지 컴퓨터가 아니었다. 비행 속도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도착과 접근 패턴을 재설정하기 위해 관제탑과 항공사 직원, 승무원과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한 것도 우리 두 사람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하자 목이 쉬어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현대 의학에 빗대어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조종사 입장에서 자동 조종 장치는 첨단 의료기기나 로봇과 같다. 의사는 이런 첨단 장비들을 이용해 더욱 효과적인 수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실 장비가 혼자 심장을 이식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제아무리 첨단 자동 조종 장치를 설치해봤자 항공기는 혼자서 날 수는 없다.



 무인 비행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컴퓨터에 대한 맹신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드론(무인 항공기)이 확산되면서 여객기도 리모컨으로 운항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보잉은 이미 원격 조종으로 움직이는 첨단 항공기 시스템을 특허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무인 비행은 실험 단계일 뿐이다. 시험 운행에 몇 차례 성공했다고 매일 400만 명이 이용하는 민항 시스템을 무인화할 수준은 될 수 없다. 드론은 상업 여객기와는 완전히 다른 군사·산업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설사 추락해도 수많은 승객을 태운 여객기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미군이 보유한 대형 드론 가운데 415대가 추락했다. 이 비행체들이 민간 여객기였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비극이 이어졌을 것이다. 여객기 비행 중 일어나는 돌발 상황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도 여객기에서 수천㎞ 떨어진 지상에서 리모컨으로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무모한 선택이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낡은 항공 인프라부터 개선하는 일이다. 엄청나게 비싸고 안전한 최첨단 비행기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 항공기들이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관제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여러 해에 걸쳐 수백억 달러가 들어갈 대형 사업이다. 이 사업이 성공해도 새로운 항공 인프라와 관제 시스템을 다룰 존재는 결국 사람이다.



 나를 두고 “무인 비행이 상용화되면 밥그릇을 잃을까 봐 안달이 난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 조종사 아니냐”고 생각할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비행사인 본인은 무인 비행과 관련해 객관적인 입장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여객기 운항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무인 항공기의 기술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알고 있다. 조종사 없는 여객기 운항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하루 수백만 명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세상에서 실제 비행기가 어떻게 날아다니는지, 조종사가 밀폐된 조종석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알고 그런 주장을 하기 바란다.



패트릭 스미스 미국 여객기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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