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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생활의 추억, 되살아나다…감성 자극하는 복고 제품 속속 선봬

중앙일보 2015.04.21 00:24 라이프트렌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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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스타일은 더 이상 패션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생활용품과 먹거리, 심지어 시대를 앞서가는 가전제품에까지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복고가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이유는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알뜰 제품을 구매하려는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주부 송미숙(47·서울 논현동)씨는 얼마 전 매장 한 코너에 옛 추억이 서려 있는 양은(구리·아연·니켈을 합금해 만든 금속) 밥상과 쟁반을 구입했다. 그는 “새 제품인데도 옛날에 썼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손때 묻은 기분도 들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운영하는 이현학 점장은 “제품은 40~50대뿐 아니라 산뜻한 디자인과 가볍고 편리한 기능 때문에 10~20대 젊은이들도 많이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소재·디자인 1980년대 전으로

양은 밥상과 쟁반은 1980년대만 해도 가정집에서 흔하게 사용했던 생활용품이다. 촌스럽지만 화려한 무늬가 당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다양한 재질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최근 들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가 한국형 생활을 구현한 옛 밥상과 쟁반을 다시 선보였다. 소재는 그대로 살리고 패턴은 현대적으로 단순화했다. 사과·배·수박 같은 단순한 과일 문양에 발랄한 색채를 입혀 옛날 느낌을 살렸다.

 추억의 디자인을 되살린 그릇과 접시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리리키친은 한국적인 패턴을 현대화한 브랜드를 출시했다. 복자가 찍혀 있던 밥그릇과 국그릇을 재현하기 위해 도자기에 푸른색 글씨를 새겨넣었다. 커먼키친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70~80년대 유행했던 발랄한 복고풍 컬러의 유럽풍 꽃무늬 접시를 제작했다.

 최첨단을 달리는 가전 시장에도 복고 제품이 등장했다. LG전자는 금성사 시절 생산한 텔레비전을 연상시키는 ‘42형 클래식 TV’를 내놨다. 로터리 방식의 금속 소재 다이얼과 나무 무늬로 레트로(Retro·복고주의를 지향하는 유행·패션 스타일)의 느낌을 한껏 살렸다. 90년대 미 프로농구(NBA) 스타들이 신었던 농구화도 나왔다. 휠라(FILA)는 농구스타 제리 스택하우스가 95년 필라델피아 팀 소속 당시 착용한 디자인을 재현해 ‘헤리티지 BB’를 출시했다.

제약·식품업계도 복고 마케팅

제약·식품업계도 추억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국민들의 비상 상비약으로 사랑받아 온 안티푸라민을 60년대 디자인으로 되살려 판매하고 있다. 알루미늄 통에 수줍게 웃고 있는 간호사 그림을 넣어 옛 정겨움이 느껴지도록 했다. 손으로 핸들을 돌려 얼음을 분쇄했던 빙수기도 다시 나왔다. 보국전자는 핸들이 달려 있고 겉면에 ‘빙’자가 씌어진 옛 디자인의 빙수기를 부활시켰다. 보해양조가 한정판으로 내놓은 잎새주 역시 옛날 디자인을 되살린 사례다.

포장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70~80년대 출시한 스낵류 역시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제과의 빼빼로(83년)·꿀꽈배기(79년 출시)·가나초콜릿(75년 출시)을 비롯해 삼양식품의 사또밥(86년)·짱구(73년)·별뽀빠이(72년), 농심의 새우깡(71년)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CJ 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복고풍 도넛인 ‘그때 그 도나쓰’를 출시했고, 홈플러스는 전국 7개 점포에 옛 방식의 즉석 두부 전문 매장을 열었다. KGC인삼공사는 1912년 출시한 국내 최초 홍삼정 브랜드 ‘내용삼정’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단국대 경영학부 최철재 교수는 “복고 제품이 생활 전반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이유는 각박하고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소비자들이 현실을 떠나 옛 그리움을 동경하는 과거로의 회귀 본능과 연관이 있다”며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와 경기 불황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감성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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