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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노사정 대타협 결렬

중앙일보 2015.04.21 00:14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4월 9일자 30면>

노사정 대타협 결렬 … 젊은 세대를 절망시킬 것인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지난 9일 노사정 대타협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끝내 결렬됐다. 한국노총은 8일 “손쉬운 해고와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비정규직 확산 대책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시간만 끄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해 결렬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노사정 대타협 협상이 6개월 만에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끝난 것이다. 



대타협이 깨진 이유는 노사정 모두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눈앞의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협상 막판에 5대 불가 사항을 들고 나왔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 추가 연장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 체계 개편 ▶일반 해고 및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등이다. 이들 조항을 놓고 재계와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하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계도 해고 요건 완화 등 그동안의 숙원 사항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했다. 기업의 준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년 연장을 법제화한 정부 역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부처 간 의견 조율도 못해 혼선을 더했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정부는 그동안 노사 간 의견이 접근한 내용과 공익위원안, ‘장그래법’ 등을 조합해 법 제도를 마련하는 플랜B를 가동한다고 한다.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최소한 정년 연장에 맞춰 통상임금, 임금 체계 개편, 근로 시간 단축 등의 현안은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 이걸 그대로 두고 정년만 연장하면 고용시장은 기득권을 가진 기존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더 경직될 게 뻔하다. 결국 청년층의 취업난은 심화되고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에 실패한 스페인·이탈리아의 20대 고용률은 20%에도 못 미친다. 지금 개혁을 못하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가 더 암울해진다는 얘기다.



정부는 그동안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플랜B를 밀고 나가야 한다. 노사가 합의한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되, 양측이 맞서는 부분은 공익위원안을 따르면 된다. 국회도 정략에 따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태를 되풀이하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고 타협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5년 4월 11일자 23면>

새판 짜기 필요한 노동개혁의 ‘예고된 실패’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끝내 무산됐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논의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에 대해 후속 조치를 추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로 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현행 노동시장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노사정 대화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애초부터 논의의 틀이 잘못 짜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섣불리 ‘밀어붙이기’에 나서지 말고, 이제라도 올바로 된 논의를 할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한다. 



 우선,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행 노동시장 구조의 핵심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다. 소수 대기업에만 성장의 과실이 몰리는 걸 막기 위해선 단순한 노사관계 개선을 뛰어넘는 산업정책과 경쟁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대기업(원청업체)의 불공정거래 엄단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먹이며 기존 정규직의 특권 지키기가 문제의 본질인 양 몰고갔다. 첨예한 쟁점이었던 해고 및 취업규칙 요건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정부는 ‘해고 요건 완화’가 아니라며 항변하지만, 그간 정부의 행태가 노동계의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이해를 반영하도록 협상 틀도 다시 짜야 한다. 기존 협상 테이블엔 노동계 대표로 대기업·사무직 조합원 비율이 높은 한국노총만 참여했다. 국내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경영계 대표 역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 설령 대타협이 이뤄진다 해도 현장에 끼치는 효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칙이 바로 서고 협상 틀이 다시 짜인다는 전제 아래, 어느 정도 의견 수렴이 이뤄진 쟁점은 논의를 진전시켜 결실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일괄타결’이 원칙이었으므로 합의에 이른 게 아무것도 없다는 한국노총의 주장도 이해는 되나, 그렇게만 버틸 일이 아니다. 근로 시간 단축,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등 무작정 미룰 수만 없는 현안이 많다.



[논리 vs 논리] “노동계 기득권 지키기 매달려” vs “대기업 중심 애초 틀 잘못 짜”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한국노총이 지난 8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중앙집행위원 회의를 마친 뒤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1800만 노동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문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노총이 지난 8일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함으로써 6개월 넘게 계속돼 온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가 끝내 무산되었다. 노사정 3자가 지난달 31일의 시한을 넘겨 가면서까지 대타협을 시도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고 결국 중단된 것이다. 앞서 정부와 재계는 한국노총이 제기한 ‘5대 수용 불가 사항’을 거부한 바 있다. 그냥 타협도 아니고 ‘대타협’이란 다소 희망 섞인 용어가 보여주듯 애초 노사 간 입장 차를 줄이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타협을 이루어야 할 당사자들이 서로 협상의 핵심 의제인 노동시장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 방식에 있어서 확연히 다른 시각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 개선 기본합의를 하면서 3대 우선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올해 3월 말까지 논의하기로 했었다. 3대 우선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3대 노동시장 현안(통상임금, 근로 시간 단축, 정년 연장), 사회 안전망 확충에 관한 것이다. 노사정 대타협 논의 과정의 핵심 쟁점은 ‘노동시장 유연성’이다.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가 이에 대한 해법을 각각 달리하면서 서로의 간극을 줄이지 못했다. 노동계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방안들이 사실상의 ‘쉬운 해고’라면서 근로자의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와 사용자 측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정년 60세 연장에 앞서 기업의 조직, 직무 체계와 임금 체계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노사정 대타협 결렬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중앙과 한겨레는 분명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중앙은 대타협이 깨진 이유가 노사정 모두가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눈앞의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협상 막판에 5대 불가 사항을 들고 나온 한국노총 측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 조항을 놓고 재계와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는 결국 하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물론 재계나 정부의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으나 노동계의 책임에 비해서는 훨씬 약하다.



한겨레는 노사정 대타협 불발 책임이 애초부터 논의의 틀이 잘못 짜인 데서 기인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소수 대기업에만 성장의 과실이 몰리는 걸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노사관계 개선을 뛰어넘는 산업정책과 경쟁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원청업체)의 불공정 거래 엄단 등이 대표적인 개선 과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 또한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먹이며 기존 정규직의 특권 지키기가 문제의 본질인 양 몰고 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바라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시각차는 노동시장 개선을 위한 앞으로의 대안 제시 차원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중앙은 정부가 그동안 노사 간 의견 접근을 보인 내용 등을 조합해 법 제도를 마련하는 이른바 플랜B 가동을 소개,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최소한 정년 연장에 맞춰 통상임금, 임금 체계 개편, 근로 시간 단축 등의 현안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걸 그대로 두고 정년만 연장하면 고용시장은 기득권을 가진 기존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더 경직될 게 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청년층의 취업난은 심화되고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개혁을 못하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가 암울해진다는 얘기’라고 주장한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반면, 한겨레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이해를 반영하도록 협상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협상 테이블에는 노동계 대표로 대기업과 사무직 조합원 비율이 높은 한국노총만 참여했기 때문에 국내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계 대표 역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설령 대타협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현장에 끼치는 효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다음 주 논점 세월호 참사 1주기

4월 28일자에는 세월호 참사 1주기 국가공동체의 역할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권희정 상명대학 부속여고 철학교사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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