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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는 검찰에, 국회는 민생 안건 처리하라

중앙일보 2015.04.21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국정 공백과 표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성완종 리스트’와 8일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 4월 국회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의료법,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등 경제살리기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 ‘김영란법’ 등 시급한 안건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성완종 리스트’에 발이 묶여 국정 공백을 자초하고 있다.



 우선 어제 열린 법사위가 이런 우려를 현실로 보여줬다. 법안 논의는 뒷전이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그가 과거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데 대한 공방과 추궁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뿐 아니다. 안행위·운영위는 홍준표 경남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그리고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을 출석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이에 반대하는 여당이 맞서면서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키로 했지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보다 못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야당이 끝까지 박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응하지 않으면 의장 직권상정으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 통첩했을 정도다. 공무원연금 개혁법 처리도 발등의 불이다. 공무원노조총연맹·한국교총이 어제 각각의 안을 내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여야가 합의한 대로 본회의에서 처리(5월 6일)하려면 갈 길이 멀다. 민생과 직결된 안건들이 ‘성완종 리스트’ 블랙홀에 속절없이 빨려드는 형국이다.



 이래선 안 된다. 수사는 수사고 국정은 국정대로 굴러가야 한다. 성 전 회장 관련 수사는 특별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일단 검찰에 맡기고 국회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어찌 보면 ‘성완종 리스트’ 사태는 정치권이 원인 제공자이자 피해자다. 스스로 위기를 초래한 정치권이 이를 빌미로 국정의 발목을 잡아선 곤란하다. 정치권이 민생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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