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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70조원 더 푼다는 시진핑 … 장기대출도 준비

중앙일보 2015.04.21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파격적인 인하였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내려 20일부터 적용했다. 예상은 0.5%포인트 정도 인하였다. 지난 2월 7일 0.5%포인트를 내린 지 두 달여 만에 또 인하한 것이다. 게다가 인민은행은 농업발전은행에 대해선 지급준비율을 2%포인트 낮춰줬다.


증시 호황에 중소기업 돈 가뭄
경기 둔화 우려 1%포인트 내려
신규 대출 늘려 금리 인하 유도



 톰슨로이터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많이 내려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 듯하다”고 풀이했다.



 올 들어 두 달 정도 사이에 내린 지준율 폭은 1.5%포인트다. 미국발 금융위기 와중인 2008년 11월 이후 세 달 새에 2%포인트를 내린 이후 가장 큰 인하폭이다. 인민은행이 2011~12년에도 지준율을 사뭇 공격적으로 내렸다. 하지만 그때 6개월 사이에 인하된 폭이 1.5%포인트였다.



 미국 거시경제 분석회사인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잭슨은 이날 보고서에서 “시진핑 등 지도부가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음을 시장에 분명히 드러내 보여준 셈”이라고 풀이했다. 지도부의 우려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의 소신마저도 무력하게 했다. 그는 돈 풀기보다는 구조개혁을 더 중시한다.



 요즘 중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와 함께 디플레이션 조짐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올 1분기 성장률은 7%였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7.3%였다. 산업생산이나 투자 등 경제 속살은 겉으로 드러난 성장률보다 더 나빴다. 게다가 주요 물가지표 가운데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데이터는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다. 디플레이션 조짐이 한결 뚜렷해졌다. 돈을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번 인하로 돈이 얼마나 풀릴 수 있을까. IHS 등은 “시중은행이 올해 안에 1조~1조2000억 위안을 더 대출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한 달치 신규 대출 규모다.



하지만 이는 계산상 그렇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지방과 중소기업 등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도 돈 가뭄이 해갈되지 않았다”고 이날 전했다. 두 가지 요인 탓이다. 하나는 중소기업 도산이 늘자 은행들이 떼일까 두려워 대출해주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가가 급등하면서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 증시에 집중되고 있다”며 “그 여파로 시중은행이 빌려줄 돈이 많이 줄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시중금리가 중앙은행 돈 풀기에도 오르는 기현상이 빚어진 이유다. 증시 호황의 역설이다. 여전히 중국 기업의 주요 자금줄은 증시(주식발행)보다는 시중은행 등이다.



 이번 인하로 돈이 잘 돌게 될까. IHS의 브라이언 잭은 “지급준비율 인하는 자금 공급 파이프의 지름을 좀 더 키운 것”이라며 “그렇다고 돈이 많이 그리고 잘 돌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진핑 등도 익히 알고 있는 듯하다.



 WSJ는 이날 중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인민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처럼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로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벤치마킹한다는 얘기다. 현재 ECB는 연 1% 금리로 3년간 빌려주고 있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주로 초단기 자금을 빌려주는 데 3년짜리 자금을 대출하는 건 파격이다. WSJ는 “인민은행이 장기대출프로그램 등으로 지방정부와 기업의 부채 만기 구조 개선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상하이 주가는 1.6% 정도 떨어져 4217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지급준비율=시중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자금의 비율이다. 이 비율을 낮추면 시중은행은 더 많은 돈을 대출해줄 수 있다. 올리면 반대로 대출해줄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화량 중심이 아닌 금리 중심으로 전환해 지급준비율 정책을 거의 쓰지 않는다. 반면에 자금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신흥국 등에서는 지급준비율 정책을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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