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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ELS 종가 조작은 불법" … 국내 첫 증권집단소송 길 열었다

중앙일보 2015.04.21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해외지수형 상품을 중심으로 질주하던 주가연계증권(ELS)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ELS에 투자했다 피해를 입은 일부 투자자가 낸 증권집단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집단소송을 허가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005년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도입된 이후 첫 사례다. 그동안 허가 요건이 엄격해 소송이 실제 벌어진 적은 없다.


한화증권 ELS 상품 피해자 승소
같은 피해 투자자 손해 배상 가능
증권사측 “추가 법률적 검토 필요”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양모(60)씨 등 2명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와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 허가신청 사건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양씨 등은 2008년 4월 한화증권이 판매한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에 투자했다. 만기기준일(2009년 4월 22일)에 SK의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75%(11만9625원) 이상이면 투자액에다 22%의 만기 수익금을 얹어주고, 기준가에 밑돌면 원금에서 25%를 제외하고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437명의 투자자가 68억여 원을 투자했다. 한화증권은 상환금 지급 위험을 피하기 위해 RBC와 운용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만기 기준일에 발생했다. 장 마감 10분 전까지 SK 주식은 기준가격을 웃도는 12만~12만400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RBC가 장 종료 무렵 보유하던 SK 주식을 대량매도해 종가가 11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받을 돈이 22% 이자를 더한 83억원에서 원금의 25%를 제외한 51억여 원으로 순식간에 줄어든 셈이다. 이는 ‘ELS종가(終價)조작’ 사건으로 불리며 논란이 됐고, 금융감독원도 ‘수익률 조작 의혹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하급심은 법리적 문제를 들어 증권집단소송 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증권사와 투자자 간에 ‘시세조종→투자→피해’ 순의 관계가 성립해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데 이 사건의 경우 ‘투자→시세조종→피해’ 순으로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금융상품 거래와 관련한 불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상품의 거래 방식과 경위, 시장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투자가 이뤄진 뒤 조건성취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했다면 부정한 행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집단소송은 거래 과정에서 다수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대표 당사자가 승소하면 모든 피해자가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다.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이번 결정이 집단소송으로 이어져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는다면 금융투자업계의 불법행위에 맞선 개미투자자의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판매사 모르게 운용사가 한 일에 대해 판매사의 책임이 없다는 법률적 해석을 들었다”고 답했다.



강병철·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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