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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극기 불태운 것은 반국가적 행위다

중앙일보 2015.04.21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한 청년이 태극기를 불태운 것을 놓고 비난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기도 하지만 ‘국기 모독 행위’라는 비판여론이 대부분이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태극기를 불태운 남성을 검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한 사람에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한 사례는 거의 없다. 2011년 한명숙 전 총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태극기를 밟은 채 헌화했다며 고발당했지만 각하(却下) 처분을 받았다. 태극기를 모독할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를 떠나 일반인들이 용인하기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또 경찰과 대치 중 태극기를 불태운 것은 세월호 추모집회를 자극해 반정부 시위로 몰고 가려는 고의성이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태극기를 자주 앞세웠다. 적어도 시위 과정에서 국기를 욕보인 적은 없었다. 시위대가 진압 경찰과 충돌하더라도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전복하려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혐한(嫌韓) 시위대들은 태극기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거나 바퀴벌레나 오물을 그려 넣기도 한다. 이런 저열한 행위엔 항일운동의 상징이었던 태극기를 모독함으로써 일제의 만행을 정당화하려는 극우파들의 전략이 깔려 있다. 세월호 추모시위 중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는 혐한 시위대들의 태극기 모독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는 추모행사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다. 세월호 추모집회가 갈수록 불법 폭력시위로 변질되는 조짐이다. 시위 주도세력 중엔 과거 불법시위에 ‘단골’로 참여하던 단체와 인물들도 보인다. 야당은 불법시위의 책임을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태극기를 불태우는 극단 행동까지 마냥 감싸고 그냥 넘어갈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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