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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성완종 회오리'가 삼켜버린 '충청도 대망론'

중앙일보 2015.04.20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형구
JTBC 정치부 차장대우
‘성완종 자살극’은 반기문-성완종-이완구로 이어지는 3각 관계로 풀어볼 수 있다. 3각 관계를 푸는 코드 중 하나는 세 사람 모두 충청도 출신이란 점. 그리고 세인들이 ‘충청도 대망론’ 주인공으로 여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이완구 총리, 그 둘 사이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반 사무총장과 성 전 회장의 관계. 반 사무총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대선에 관심 없다”고 못박았음에도 차기 대권주자 반열 맨 위에 이름이 있었다. ‘충청도 대망론’의 선두주자다. 성 전 회장은 그런 반 사무총장의 킹 메이커를 자임하고 나섰다는 얘기가 많다. 성 전 회장 본인도 자살 직전 “내가 반 사무총장과 가까운 건 사실이고, 반 사무총장이 충청포럼 멤버인 것도 사실이고,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 사무총장과의 특수관계가 표적수사의 배경이라는 주장이었다.



 지난해 11월 초 반기문 대망론이 실체를 형성해 가던 때 후배 기자가 성 전 회장을 회사 사무실에서 따로 만났다. 성 전 회장이 동교동계 인사들을 만나며 ‘뉴 DJP 연합’의 일환으로 ‘반기문 대권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때였다.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뒤였던 성 전 회장은 우선 재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면복권이 우선 급합니다. 2016년 총선에 출마해야 하니까요.”



 성 전 회장은 그러면서 “반 사무총장의 임기가 2016년 말이면 끝난다. 2017년 대선 피선거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들어 대선 진출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한다.



 다음은 성 전 회장과 이 총리의 관계. 실상 충청도 대망론에 제대로 불을 지핀 건 이 총리일 수 있다. 3선의 의정 경력에, 충청 도백의 행정가 경륜, 여기에 ‘일인지상 만인지하’라는 총리 타이틀까지 달았으니 거칠 게 없어 보이기도 했다.



 반 사무총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이 총리의 견제를 받았다는 성 전 회장 주장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숨지면서 쳐놓은 올가미가 충청도 대망론을 허망하게 만들고 말았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명실상부한 충청권 맹주인 듯했던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날개 없이 추락하는 신세다. 검찰 수사 1순위로 거론되면서 정치적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반 사무총장 입장에서도 ‘성완종 파문’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기문 띄우기’는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성완종 자살극’에 등장하는 인물 세 명의 결말은 확실히 비극적이다. 그런데 이 비극의 한복판에 있는 충청도 대망론은 과연 현실적인 얘기이긴 한 걸까. 어젯밤 귀갓길에 만난 충남 논산 출신의 40대 택시기사는 이런 말을 했다. “충청도 대망론 말여유? 그거 다 정치인들이나 언론에서 써먹는 ‘상술’ 아녀유. 동향 출신이라고 ‘묻지마 지지’를 해줄 충청도 사람들 요새 별로 없어유.”



김형구 JTBC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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