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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희생이 100명에 생명 선물 … 국가가 투명하게 관리해요"

중앙일보 2015.04.20 00:01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유명철 이사장 1975년 절단수지 재접합술 국내 최초, 이듬해엔 절단대퇴부 재접합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2006년 경희의료원장을 역임하며 강동경희대병원 내 조직은행을 설립했다. 병원에서 의료봉사팀을 꾸려 1986년부터 매년 한국·중국·러시아·베트남·수단·인도네시아 등지에서 8만 명에게 무상 의술을 펼쳤다.



[인터뷰]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
100만 명당 4.7명만 기증 … 우리나라 기증률 하위권
인체 조직 자급률 턱없이 부족

한 사람이 기증한 뼈·피부·혈관 등 인체 조직은 무려 100명까지 살릴 수 있다. 유명철 이사장이 이끄는 한국인체조직기증원(KFTD)이 지난 6일 국내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인체 조직 기증 지원 기관으로 선정됐다. 유 이사장은 인공 고관절 전치환술을 1만례 넘게 집도한 정형외과계의 대가다. 하지만 그도 뼈 이식재가 없어 수술하지 못한 숱한 고충을 겪었다. 인체 조직의 공적 관리체계를 만들어 가는 유 이사장을 서울 장충동 한국인체조직기증원에서 만났다.



Q. 인체 조직과 장기는 다른가. 또 어디에 쓰이나.



A. 인체 조직은 사람의 뼈·연골·인대·피부·양막·심장판막·혈관·신경·심낭 등 9개 부위에서 채취한다. 심장이나 폐, 콩팥과 같은 장기와는 다르다. 이 조직들은 화상·골절·뼈암·혈관폐쇄·시각질환 치료에 쓰인다. 예를 들어 화상 환자는 피부를, 다리를 저는 환자는 뼈·연골·인대를, 시각장애인은 양막을 이식받아 새 삶을 살 수 있다. 바로 이식해야 하는 장기와 달리 인체 조직은 길게는 5년까지 보관해 사용한다.



Q. 인체 조직에 관심을 가진 배경은.



A. 정형외과 의사로 46년간 몸담았다. 의료 현장에서 뼈를 찾지 못해 수술을 진행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 적이 부지기수였다. 1970년대 중반 척추 결핵과 하반신 마비에 시달리던 환자를 위해 그의 아버지가 기꺼이 자신의 엉덩뼈를 내준 적이 있다. 그만큼 뼈를 구하기 힘든 상황을 겪었다. 교통사고로 하퇴부뼈가 20㎝가량 없어진 환자는 결국 뼈를 구하지 못해 다리를 절단했다.



Q. 인체 조직을 공적 기관에서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A. 유럽은 수십 년 전부터 인체 조직의 채취·가공뿐 아니라 모든 단계를 국가가 100% 관리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시신에서 채취한 인체 조직을 사기업에서 가공·유통한다. 다시 말해 인체 조직을 가공·유통하는 ‘공공기관’이 없다. 이 때문에 기증자가 무상 제공한 인체 조직이 환자에게 돌아오기까지 기업의 이윤이 붙게 된다. 기증자의 숭고한 뜻이 기업의 상품화에 이용될 수 있다. 이번에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이 정부의 인체 조직 기증 지원 기관으로 선정된 건 인체 조직을 보다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Q. 국내 기증량이 많이 부족한가.



A.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환자에게 이식해야 할 인체 조직의 7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체 조직 기증률 세계 1위인 미국은 100만 명당 100명이 기증하는 반면 한국은 4.7명에 불과하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체 조직의 자급자족을 권하고 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이 공적 기관으로 승격한 것을 계기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한국장기기증원 및 각 의료기관과 협력해 인체 조직 이식재를 자급자족하는 시대를 열어가겠다.



Q. 인체 조직 기증 방법은.



A. 만 14~80세면 누구나 생존 시 인체 조직 기증 서약을 할 수 있다. 기증 희망자가 사망하고 유가족·의료진이 인체 조직을 기증하겠다고 기증원에 전화(1544-5725)로 접수시키면 된다. 접수 직후 기증원에서 전문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상담부터 기증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인체 조직 채취 및 시신 복구작업이 끝나면 유가족에게 시신을 안전하게 인도한다. 유가족에게는 최대 540만원까지 국가지원금이 나온다.



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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