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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자살시도자 50명 구한 김치열 순경

중앙일보 2015.04.17 18:13
지난 9일 밤 11시 마포대교. 용강지구대 김치열(36) 순경은 ‘아들이 자살하겠다며 맨발로 한강 다리에 갔다’는 신고가 들어온 십대 소년을 찾고 있었다.



용강지구대의 순찰 코스에 포함된 마포대교는 한강에 놓여있는 25개의 다리 중 투신 자살률이 가장 높다. 이때문에 김 순경은 자살을 시도한다면 이곳일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했다. 순찰차로 마포대교 북단에서 남단으로 이동하며 좌우를 살피던 김 순경은 맨 발로 인도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남학생을 발견했다.



“쟤 같은데.” 확인을 위해 순찰차에서 내리는 김 순경을 보자마자 소년이 등을 돌려 냅다 뛰기 시작했다. 이유없이 도망치는 것을 보니 자살시도자가 확실하다고 생각한 김 순경은 소년을 따라 전력질주했다. 800m 정도 쫓아가 난간을 부여잡고 넘어가려는 소년의 다리를 잡아 채 인도로 끌어내렸다. 김 순경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소년과 함께 바닥에 넘어져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동료 경찰관이 달려와 힘을 합쳤다. 결국

소년을 용강지구대로 데려가 부모에게 무사히 인계했다. 김 순경은 마포대교의 '지킴이'로 유명하다 그가 경찰로 임용된 후 1년 동안 마포대교에서 구해낸 자살 시도자만 50여명에 달한다.



자살시도자를 구하는 일은 아찔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도 많다. 다리 난간 밖에 이미 매달린 사람을 구하려 한쪽 다리만 난간 안쪽에 걸친 채 같이 매달릴 때도 있었다. “왜 말리느냐”며 반대편 인도로 도망치는 자살시도자들은 주위를 살피지 않고 왕복 5차선 차로로 뛰어들기도 한다. 지난 달 17일에도 차량 10여대가 질주하는 다리를 가로질러 도망가는 학생을 붙잡아 구조했다. 김 순경은 “경찰관들의 안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다리 아래는 강이고 다리 위는 차가 워낙 빨리 달리는 도로이다보니 환경 자체가 위험하다. ‘경찰 일에 투신한다’는 말처럼 그냥 위험을 무릅쓰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서른 다섯살이던 작년에 경찰 임용을 받은 늦깍이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제조업 공장에서 5년 간 일을 도왔다. “30대 중반이 되니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님과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경찰 업무가 위험하고 수입도 예전만 못할 것이라며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사회 정의를 위해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김 순경의 꿈에 아내가 두 손을 들었다. 김 순경은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8개월 동안 네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라며 8개월 동안 공부만 하는 남편을 참아준 아내에게 지금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과 3살, 1살 아들을 둔 세 아이의 아버지다. 초등학교 2학년인 맏아들은 아빠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한 얘기를 듣고 뿌듯해한다고 한다. 아들의 칭찬 한 마디에 피로감을 다 털어낸다는 그는 “기본에 충실한 경찰이 된다면 응원하는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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