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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에 온 만학도 교환학생

중앙일보 2015.04.17 13:04
모교인 스페인 말라가 대학 깃발 앞에선 인천대 `만학도` 교환학생 바르셀로 아길라르 마리아 글로리아. 인천대 제공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대학교 한 강의실. 20대 초·중반의 앳된 학생들 사이에 노란 머리의 외국인 할머니가 보인다. 스페인 출신의 바르셀로 아길라르 마리아 글로리아(Barcelo de Aguilar Maria Gloria·68)다. 동기(?)들보다 나이는 월등하게 많지만 질문하고 열심히 필기를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학생이다.



"수업에 처음 들어가면 교수님들이 나를 보고 깜짝 놀라요. 외국인이, 그것도 할머니가 학생들 사이에 끼어있으니깐요. 하지만 곧 다른 학생들처럼 대해주고 질문에도 친절하고 열성적으로 답변해주더군요"



글로리아는 스페인 말라가 대학의 경제학과 4학년생이다. 지난달 교환학생 자격으로 인천대에 왔다. 오는 8월까지 머무를 예정이다. 낯선 외국생활이 겁날 만도 한데 글로리아의 표정은 항상 유쾌하다. 그녀는 "스페인 최고령 학생은 아니지만 한국에 온 외국 학생 중에선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생각이 젊고 항상 열린 마음이라 두려울 것이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글로리아는 스페인에서도 '만학도'로 널리 알려졌다. 2010년 말라가 대학에 입학한 이후 몇 차례 현지 신문에 기사가 난 탓이다. 인천대 교환학생 건도 보도가 되면서 "취재하고 싶다"고 요청해 온 방송사도 있다고 한다.



그녀가 뒤늦게 학업을 시작한 사연은 이랬다. 고교를 졸업하고 1968년 말라가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 임신을 하게 됐다. 이후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책임지면서 학교를 그만 두고 스페인의 한 공항에서 40년간 티켓팅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2009년 10월 정년퇴임 이후 다시 대학에 입학했다. "손자들을 돌보면서 홀로 공부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학업에 대한 갈증은 한국행으로 이어졌다. 2011년 여름 계절학기로 들었던 '아시아의 정치·경제' 수업이 도화선이 됐다. 중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지역보다 한국에 꽂혔다. 때문에 교환학생 기회가 왔을 때 유럽 등 다른 대학은 쳐다보지도 않고 1지망으로 한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글로리아는 "한국은 스페인과 인구나 경제상황이 비슷한데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점에 매료돼 꼭 한번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은 딸(29)이 취업을 준비할 당시엔 "한국이 경쟁력이 있으니 한국에서 직장을 찾아보라"고 권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녀의 한국행 소식에 가족과 친구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괜찮겠느냐"고 걱정하는 큰 딸(43)과 달리, 작은 딸은 "엄마가 소원을 이뤘다"며 함께 기뻐해 줬다. 큰딸도 글로리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대학 생활에 대한 사진과 글을 보며 걱정을 씻었다고 한다.



그만큼 지난 50여 일의 한국생활은 글로리아에겐 즐거운 일이 많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생동감 있는 캠퍼스 생활. 스페인의 경우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데 한국 학생들은 동아리방 등에 모여 과제도 하고 여가활동도 즐긴다. 스포츠나 음악 등 교양 수업으로 다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점도 놀라웠다고 한다. 스페인의 대학은 전공과 관련된 수업만 들을 수 있다.



그녀는 "스페인에서도 어린 학생들과 많이 어울렸기 때문에 세대차이를 못 느낀다. 한국 친구들과도 SNS로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리아는 남은 한국 일정도 빡빡하게 보낼 계획이다.



그는 "지난 달에는 다른 교환학생들과 서울 남산에 다녀왔다. 다른 관광지도 다녀오고 싶다.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할 수 있다면 지역 아이들에게 영어 가르쳐주기 같은 자원봉사 활동도 해보고 싶다. 매운 음식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그녀의 계획은 끝이 없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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