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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진실규명 도움 된다면 특검 마다 않겠다"

중앙일보 2015.04.17 04:01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중남미 순방 출국에 앞서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긴급회동 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귀국 뒤 이완구 총리의 거취 문제를 최종 결론 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6일 오후 2시14분 국회 대정부 질문 오후 일정이 속개되자 이완구 총리의 모습은 오전과 달랐다. 대답은 “동의합니다”는 식의 단답형이었고 두 손을 답변대에 올린 채 눈을 감기도 했다. 오전에 의혹을 적극 방어하던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김무성과 45분 긴급회동
김 대표 “모든 얘기 가감없이 했다”
4·29 재·보선 악재 우려 커지고
야당의 해임건의안 추진도 부담



 그보다 두 시간 전인 낮 12시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께서 만나시길 원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는 오후 3시15분 청와대에서 전격 회동했다. 이를 전해들은 이 총리로선 불안감을 숨기지 못한 셈이다.



 중남미 순방을 위해 당초 오후 1시40분 출국하려던 일정을 오후 5시로 미룬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배석자 없이 20분을 독대했다. 그런 뒤 이병기 실장을 배석시켜 25분을 더 대화했다. 김 대표는 오후 5시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얘기를 가감 없이 다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리의 거취에 관한 내용을 묻는 질문엔 침묵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이 총리의 사퇴를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순방을 다녀온 뒤 생각해 보자’고 말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가 발표한 내용의 행간을 보면 다 알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이런 의견을 전달하게 된 건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임건의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해임안이 제출되면 반대도 찬성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새누리당에선 “4·29 재·보궐 선거에 큰 악재”라는 우려도 퍼져 있다. 이 총리를 마냥 감싸기 어려운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일단 특별검사를 통해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검 도입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야당이 특검을 요구한다면 언제든지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초·재선 의원 20여 명은 특검을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해 원내 지도부에 전달한 상황이다. 특검 도입에 대해 여권 내에선 “나쁠 게 없다”는 얘기가 많다. 어차피 검찰 수사가 끝나면 야권이 특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면을 빨리 마무리하고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등 국정을 정상화하길 바라는 박 대통령으로서도 검찰 수사를 생략하고 특검으로 직행하는 게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대신 따로 특별법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특검이 성사되면 현 정부 출범 후 첫 번째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순방(16~27일) 뒤로 미룬 데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여론이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 때도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않고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났다. 그 뒤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자 문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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