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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 넘는 후원금 … 성완종, 여야 안 가리고 뿌렸다

중앙일보 2015.04.17 03:01 종합 6면 지면보기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 압수수색을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동료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많이 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04년 이후 고액 후원자 명단 분석
경남기업 이사들과 이름 같은 34명
의원 33명에게 1억9590만원 후원
500만원 후원금 받았다는 의원
“3자 명의로 2~3개로 나눠 보내”



 이완구 총리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한 말이다. 이 총리 발언 직후 성 전 회장과 가까이 지내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충남 공주) 의원은 “2013년 8월 성 전 회장이 ‘(아직도 국회로) 고속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느냐. 내 옛날 생각이 난다. 형이 후원을 좀 해줄게’라며 500만원을 후원해줬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발언이 일단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본지가 박 의원의 ‘고액 후원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성 전 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국회의원에게 300만원 넘게 후원할 경우 ‘고액 후원자’로 분류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름을 공개하지만 ‘성완종’이란 이름은 2004년 이후 10년간 국회의원들이 받은 300만원 초과 고액 후원자 명단에 올라 있지 않았다.



 이에 박 의원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성 전 회장은 당시 제3자 명의로 2~3개로 나눠 후원금을 보냈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의 후원금이 제3자 명의(차명)로 쪼개기 방식으로 입금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300만원 이하로 쪼개 후원금을 보내면 고액 후원자 명단에 오르지 않는다.



 본지가 국회의원들이 받은 고액 후원자 명단을 2003년 이후 DART(다트·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경남기업의 등기·미등기 이사 126명(중복 제외)의 이름과 대조한 결과 성 전 회장 이름으로 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으나 경남기업 임원들의 이름과 같은 후원자를 34명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34명은 국회의원과 선거 당시 후보자 33명에게 총 1억9590만원을 후원했다. 임원 1인당 평균 576만원꼴이다. 다만 34명 중 25명은 다트에 공시된 정보와 생년월일, 직업 등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예컨대 500만원씩 네 차례 후원금을 낸 한 경남기업 임원은 직업란을 공란으로 두거나 ‘고문’ ‘회사원’ ‘연대 겸임교수(고향 후배)’로 각각 다르게 기재하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고액 후원자 가운데는 직업이나 생년월일란에 신상을 기입하지 않거나 허위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선관위가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다트와 선관위에 등록된 정보 가운데 이름은 같고 직업·생년월일만 다른 경우는 경남기업 임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다트에 등록된 정보와 선관위 정보가 정확히 일치하는 임원은 9명이었다. 이들은 국회의원 6명에게 6750만원을 후원했다. 결국 최소 9명(6750만원), 최대 34명(1억9590만원)이 경남기업 임원 명의의 후원금인 셈이다. 이는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임원들의 명의를 빌려 500만~1000만원씩 낸 ‘차명 후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의 사례처럼 제3자 명의를 빌려 소액으로 나눠 후원하는 경우도 있었던 만큼 실제론 더 큰 규모의 성 전 회장 자금이 차명 후원금으로 들어갔을 수 있다.



 고액 후원자 명단 중엔 경남기업 임원 이름 외에 성 전 회장 가족도 포함돼 있었다. 성 전 회장의 첫째 동생 성우종씨는 2005년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에게 500만원, 2009년과 2011년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에게 총 1500만원을 후원했다. 셋째 동생 성일종씨는 2004년 1월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에게 300만원, 2006년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과 무소속 임채정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을 후원했다. 2008년엔 한나라당 윤진식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보냈다.



 후원금은 국회의원이 받을 수 있는 합법적인 돈이다. 후원금을 주고받는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하지만 ‘차명’ 후원금은 불법이다. 정치자금법 제33조에는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은 “편법이나 불법 후원금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하는 국회의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치자금 실명제’를 실질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화·김경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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