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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쩍 뛰던 김기춘, 만찬 증거 나오자 "성완종 만났다"

중앙일보 2015.04.17 01:44 종합 4면 지면보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이 한 말을 뒤집었다. 김 전 실장은 ‘성완종 리스트’에 자신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2006년 10만 달러를 받았다고 적힌 사실이 공개된 지난 10일 “(2013년 8월 5일) 비서실장이 된 이후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성 전 회장의 이야기는 허무맹랑하고 완전 소설”이라고도 주장했다.


본지 비망록 보도에 말 바꿔
“착각한 것 같다, 밥값 내가 결제
9월 초 만남은 가물가물하다”
“둘만 본 적 있나” 묻자 “없지는 않고”
이완구 총리도 함께 저녁식사

 하지만 ‘성완종 다이어리’에 2013년 11월 6일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적혀 있다는 사실을 본지가 보도한 뒤 말을 바꿨다. 이때는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10월 31일)이 난 뒤다. 김 전 실장은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기억을 되살려 보니 2013년 11월 6일 오후 6시30분에 성 전 회장을 비롯해 충청도 의원 5명과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다. 엿새 전 회동 사실을 강력 부인했던 것과 관련해선 “착각했던 것 같다. 내가 다시 기억을 되살리고 가지고 있는 자료를 보니까 11월 6일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며 “확인해 보니 그날 밥값도 내가 결제를 했다”고 말했다. 다이어리에 적힌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본지가 추가 확인차 김 전 실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김 전 실장의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당시 김 전 실장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인사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참석자는 모두 7명이었다. 성 전 회장과 김 전 실장, 그리고 새누리당 이인제·김태흠·이장우·박덕흠 의원이 함께했다. 특히 이완구 총리(당시엔 새누리당 의원)도 있었다. 장소는 서울 삼청동의 한정식집 용수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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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흠 의원은 “김 전 실장과 충청권 시도당위원장들이 만찬을 함께했다”며 “내가 어레인지(마련)한 자리여서 기억한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충남도당위원장 자격으로 나왔다고 한다. 김 의원은 “그해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들어온 이완구 의원도 함께 있었다”며 “인사 겸 해서 만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장우 의원도 “김 전 실장과 청와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봤다”며 “당시 충청권의 정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충청권이 대선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간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실장과 성 전 회장이 따로 독대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성완종 다이어리’에는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개시 전인 2013년 9월 4일과 5일에도 일자·요일란에 ‘김실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9월 초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는 않다”고 답을 피했다. 성 전 회장은 9월 4일 다이어리에 ‘이팔성, 김 실장’, 5일자에는 ‘김 실장’을 적어 놓았다.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과 둘이서만 본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는 건 아니고 확실치 않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성 전 회장이 자유선진당과 합당해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을 호소하고, 억울하게 선거법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간접으로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만나서 애로를 들어준 게 있는지는 정확지 않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특검이든 검찰이든 당당하게 협조해 누명을 벗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실장과 관련된 다이어리 일정을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과 관련한 로비 의혹 수사에서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현일훈·백민정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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